전 세계적으로 백세를 넘긴 초고령 장수인의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일본에는 10만 명이 넘는 장수인이 살고 있으며, 한국도 이제 1만 명을 넘어섰다. 장수의학 연구에 따르면, 초고령 장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유전적 요인 30%, 생활습관과 환경 요인 70%로 평가된다. 장수인의 공통된 특징은 무엇일까?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 교수는 장수의학 분야의 권위자로, 2000년대 초반부터 전국 각지의 백세인을 연구해왔다. 지금까지 인터뷰와 검사를 진행한 백세인만 1000명이 넘는다. 박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백세인들은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의 발병률이 일반 고령자보다 현저히 낮았다. 백세인의 당뇨병 발병률은 2~4%로, 고령자 평균 발병률 30%대와 비교해 매우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는 건강한 생활습관 덕분이다.
코로나19 감염 시, 80대 고령자의 사망률이 20%에 이르는 반면, 백세인은 5%에 머물렀다. 이는 만성 기저질환이 적기 때문이다. 꾸준한 신체 활동과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백세인의 주요 특징이다. 대부분 백세인은 집에서 정원이나 텃밭을 가꾸며 하루 종일 움직이고, 일정한 시각에 식사하고 외출한다. 이들은 이웃과 활발히 교류하며, 집에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박 교수는 “요즘 유행하는 혼밥, 혼술은 장수에 해로운 습관”이라며, 백세인들이 사람들과 어울려 식사하고 대화하는 것이 장수 비결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또한, 일반적으로 알려진 소식(小食) 습관과 달리, 백세인들은 몸에 필요한 칼로리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박 교수는 “70세가 넘으면 충분히 먹어 체중이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백세인이 즐겨 먹는 음식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백세인들은 삶은 고기를 선호하고, 데친 나물을 통해 채소 섭취량을 늘렸다. 채소를 데치면 비타민C 손실이 발생하지만, 더 많은 양을 섭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장수인이 많이 사는 지역은 이탈리아 사르데냐, 일본 오키나와, 미국 캘리포니아 로마 린다, 코스타리카 니코야, 그리스 이카리아 등이다. 이 지역들을 ‘블루 존(Blue Zone)’이라고 부르는데, 장수 문화를 형성했다는 공통된 특성이 있다. 사르데냐의 장수인은 은퇴 없이 농장이나 목장에서 평생 일을 하고, 오키나와 사람들은 ‘하라하치부(腹八分)’라는 식사법을 통해 80%만 배부르게 먹는다.
미국 로마 린다의 장수인은 종교와 공동체 생활을 통해 안정된 정서적 환경에서 생활한다. 이곳 여성의 기대 여명은 미국 평균보다 9년, 남성은 11년이 길다. 이러한 장수촌의 공통점은 강한 소속감과 사회적 지지를 기반으로 하는 공동체 생활이다. 끈끈한 가족 관계와 이웃 간의 유대가 장수의 핵심 요소인 것이다.
한국의 장수인들도 대개 해발 200~600m의 산간 지역이나 구릉지대에 거주한다. 이는 일상적으로 낮은 강도의 운동을 하게 해주어 심혈관 건강에 도움이 되며, 하체 근력 유지를 돕는다. 일본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천천히 걷기와 빨리 걷기를 번갈아 하는 ‘인터벌 걷기’를 장수 운동으로 추천한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이른바 ‘강수(康壽)’를 하는 게 중요하다. 초고령 장수인을 연구해온 박 교수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고, 뚜렷한 삶의 목적을 가지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 자세한 강수 비법은 조선일보 유튜브 ‘오건강’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