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줄기세포 이식을 통해 1형 당뇨병을 극복한 사례가 나왔다.
26일(현지시각)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대와 난카이대 연구팀은 이날 국제학술지 ‘셀’에 1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25세 여성이 인슐린 생산을 담당하는 췌도에서 추출한 세포를 유도해 만든 줄기세포를 이식받은 지 3개월도 채 안 돼 자체 인슐린을 생산하기 시작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여성은 1형 당뇨병 환자 중 줄기세포 이식으로 치료에 성공한 첫 사례다. 중국 톈진에 거주하고 있는 이 여성은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설탕을 먹을 수 있다”며 “이식을 받은 지 1년이 넘었고, 모든 것을 즐겨 먹고 있다”고 했다.
제1형 당뇨병은 자가면역으로 인해 췌장이 혈당 조절 호르몬인 인슐린을 제대로 분비하지 못하는 질환으로 췌도 이식으로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환자에 비해 기증자가 충분하지 않으며, 기증자의 췌도를 거부하지 않도록 면역억제제를 써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베이징대의 홍쿠이 덩 교수 연구팀은 제1형 당뇨병 환자 3명의 췌도에서 추출한 세포에 화학물질을 처리해 원시세포인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로 만들었다. 이 세포를 분화시켜 췌도 세포 150만 개로 이뤄진 입체 조직을 만들어 여성의 복부에 이식했다. 일반적으로는 간에 이식하지만, 이식한 조직을 관찰하고 필요한 경우 제거하기 쉽도록 복부에 이식했다. 이 수술은 지난해 6월 시행됐으며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 여성은 이식 75일째부터 췌도에서 충분한 인슐린을 생성했고 1년이 넘게 지난 현재 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정상 혈당 수치를 유지하는 시간은 하루 중 98%에 이른다. 다만 이 여성은 이미 이전에 간 이식 수술을 받아 면역 억제제를 투여하고 있었기 때문에 연구진은 iPS세포가 이식 거부 위험을 줄였는지 평가할 수 없었다.
일본 교토 대학의 당뇨병 연구원 다이스케 야베는 “이는 놀라운 일”이라며 “이것이 다른 환자에게도 적용된다면 대단한 성과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마이애미 대학의 1형 당뇨병을 연구하는 내분비학자 제이 스카일러는 “결과는 흥미롭지만 이는 더 많은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며, 이 여성이 최대 5년간 인슐린을 계속 생산해야 완치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덩 교수는 “다른 두 참가자의 결과도 매우 긍정적이며 오는 11월에 이식 1년 차에 도달한다. 이후 임상시험을 10~20명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에는 중국 상하이 창정병원 연구팀이 25년동안 2형 당뇨병을 앓았던 59세 남성의 간에 줄기세포를 이식해 완치한 사례가 보고됐다. 임상 결과 세포 치료제를 주입한 후 11주가 지나자 인슐린 투약이 필요 없는 상태가 됐다. 이 남성은 논문이 출판된 2년 9개월 이후까지도 인슐린 분비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1형 당뇨병, 제2형 당뇨병
제1형 당뇨병은 췌장의 세포가 공격받아 인슐린을 생산하지 못하는, 면역 체계 관련 질병이다. 어릴 때 발병하는 경우가 많고 인슐린 주사가 필수 치료법으로 꼽힌다. 이에 비해 2형 당뇨는 인슐린은 분비되지만 혈당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는 질병이다. 주로 비만, 유전, 식습관 등에 의해 발병한다. 전체 당뇨 환자의 약 90%가 2형 당뇨 환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