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쩍벌남’은 공공장소에서 다리를 넓게 벌리고 앉아 주변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는 남성을 지칭한다. 이는 매너 문제이기도 하지만, 의학적·생리학적 원인도 무시할 수 없다.
남성은 골반 구조상 자연스럽게 다리를 벌리는 경향이 있다. 넓적다리뼈가 골반에서 바깥으로 연결되어 있어 앉거나 서 있을 때 허벅지를 약간 벌려야 편안함을 느낀다. 이 구조는 남녀 모두에게 적용되지만, 남성의 경우 외회전 근육이 더 발달해 있어 허벅지를 안으로 모으는 내회전 근육보다 밖으로 벌리기 쉽다. 이는 원시시대부터 남성들이 사냥이나 달리기 같은 신체 활동을 통해 발달시킨 근육 때문으로, 쩍벌남의 행동에는 이러한 생리학적 요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쩍벌남 현상은 단순히 남성의 신체 구조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여성은 어렸을 때부터 다소곳한 자세를 유지하라는 지적을 많이 받으며 자랐고, 이에 따라 다리를 모으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반면, 남성은 어린 시절부터 양반다리로 앉는 습관에 익숙해져 다리를 벌리는 자세가 굳어질 수 있다. 남성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엉덩이 관절 질환이나 관절염이 이러한 자세와도 관련이 있다.
일부에선 쩍벌 자세가 남성의 고환을 보호하려는 본능적 행동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고환은 체온보다 낮은 온도를 유지해야 기능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다리를 벌려 고환의 온도를 낮추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환은 이미 몸 밖으로 나와 있어 체내 열 발산을 자연스럽게 조절할 수 있다. 쩍벌 자세가 고환 보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쩍벌남 현상은 나이가 들수록 심화될 수 있다. 나이가 들면 허벅지 내회전 근육이 위축되어 다리를 모으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다리를 벌린 채 앉거나 팔자걸음으로 걷게 만든다. 보행 자세가 변형되면 보폭이 좁아지고 걷는 속도가 줄어든다. 이런 변화는 넘어질 위험을 증가시키며, 고령자의 경우 낙상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다시 말해 쩍벌 자세는 노화로 인한 근력 감소의 징후로 볼 수 있다.
지하철이나 버스 등에서 목소리를 크게 내는 사람들이 있다. 장년층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지는데, 이는 노화로 인한 성대 변화와 청력 저하가 원인이다. 나이가 들면 성대의 콜라겐 섬유가 감소해 탄력을 잃고, 성대에 주름이 생긴다. 이로 인해 허스키한 목소리가 나며, 성대 윤활액의 감소로 진동이 고르지 않아 목소리의 음색도 단조로워진다. 또 후두를 구성하는 연골에 칼슘이 축적되면서 경직되고, 목소리의 높낮이 조절이 어려워진다.
청력 저하도 목소리 크기에 영향을 미친다. 나이가 들면서 청력이 떨어지면 자신의 목소리가 작게 들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커진다. 이는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 젊은 세대는 이를 이해하지 못해 갈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지하철과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큰 목소리는 쉽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어르신들은 무심코 하는 말투가 상대방에게는 고함을 치거나 야단치는 것으로 들릴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세대 간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상호 이해가 필요하다. 갈등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는 젊은 세대가 ‘노인 의학’을 배우는 것이다. 노년층의 신체 변화를 미리 이해함으로써 세대 간 차이를 줄이고 공공장소에서의 불필요한 충돌을 피할 수 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조선일보 유튜브 ‘오건강’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