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수준의 독성 난연제가 검출된 초밥 접시, 주걱, 구슬 목걸이. /독성 없는 미래(Toxic-Free Future) 홈페이지

음식 포장 용기나 주방용품에 쓰이는 검은색 플라스틱에서 발암물질인 난연제가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환경·건강 연구단체 ‘독성 없는 미래’(Toxic-Free Future)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학교가 공동 발표한 연구를 인용해 “전자제품에 사용되던 난연제가 함유된 플라스틱이 소비자 제품 제조에 재사용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발암 및 호르몬 교란 화학 물질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연구에서 테스트에 사용된 검은색 플라스틱 가정용 제품 20개 중 17개에서 최대 2만2800ppm의 난연제가 검출됐다. 일부 제품에는 금지 물질인 데카-BDE가 검출됐는데, 유럽 연합의 허용량(10ppm)보다 5~1200배 더 높았다. 특히 초밥 접시, 주걱, 구슬 목걸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독성 난연제가 검출됐다. 또 전자 제품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스티렌 플라스틱이 폴리프로필렌이나 나일론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독성 난연제를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난연제는 제품에 첨가하여 연소에 대한 저항성을 높이고 화염 확산을 늦추는 화학 물질로, TV 외장재 등에 쓰였다. 연구자들은 이를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오염된 플라스틱 중 일부가 가정용 제품에 재사용된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이 단체의 과거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 TV에 독성 난연제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난연제는 갑상선 문제, 생식 기관 합병증, 신경독성이나 암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특히 어린이에겐 주의력 지속시간 장애, 운동 능력 저하, 인지 발달 지연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난연제는 첨가된 폴리머와 결합하지 않기 때문에 집안 공기 중으로 스며들 우려도 있다. 예컨대 검은색 플라스틱 주방용품을 가열하면 난연제가 음식에 들어가고, 어린이가 장난감을 입으로 빨면 난연제가 타액에 스며들 수 있다.

이 단체의 과학 정책 관리자이자 공동 연구 저자인 메건 리우는 “기업들은 플라스틱 전자제품에 독성 난연제를 계속 사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독성 노출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러한 발암성 화학 물질은 처음부터 사용돼선 안 되지만 재활용을 통해 여러 가지 방식으로 우리 주변환경과 가정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