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파 영어 강사였던 그녀는 나이 마흔에 직장을 떨치고 나왔다. 통상적인 삶의 방식에서 만족을 찾지 못하고 진정한 마음의 평화・나・인생의 길을 찾기 위해서였다.

처음에 한 일은 아파트 주변 쓰레기 줍기. 그냥 해야 될 일 같아 마음 내키는 대로 쓰레기를 주울 때 엄청난 기쁨, 평화를 느꼈다고 했다. 일종의 ‘쓰레기 줍기’ 삼매경.

참 세상은 넓고 희한한 사람도 많다! 직장 때려치우고 나와 동네 쓰레기 줍는 데서 엑스터시를 느꼈다니…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 것도 같아 주로 새벽과 밤에 동네를 돌아다니며 쓰레기를 주웠다. 진정한, 자신의 할 일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쓰레기를 줍기 위해 몸을 수그릴 때, 마치 대자연에 고개를 숙이고 겸허한 자세를 보이는 일종의 성스러운 의식으로도 느껴졌다.

그녀의 쓰레기 줍기는 결국 대지의 정화, 환경보호, 나아가 지구 사랑 마음으로 바뀌어 생활화되었다. 어떤 단체나 운동에도 가담하지 않고 그저 내면의 목소리에 따라 나 홀로 그렇게 해온 지 20년이 넘었다. 그 과정에서 몸과 마음은 행복해지고 삶의 방향은 분명해졌다.

무용가 최보결씨가 창안한 힐링커뮤니티댄스, ‘보결춤’. 춤을 배우지 않은 사람이라도 함께 어울려 출 수 있다. 머리에 받친 고리 모양의 천은 옛날 아낙네들이 짐을 머리에 일 때 받치는 똬리를 상징한다. /영덕=마음건강 길

현대무용가인 최보결씨는 무대에서 관객을 향해 추는 춤에 만족할 수 없었다. ‘아, 내가 인생을 잘못 사는 건 아닌가?’라는 회의가 끊임없이 들었고, 의혹・혼란・어둠・절망・밝음・희망・꿈・순수・열정들이 시소처럼 끊임없이 찾아왔다.

최씨는 승용차를 팔아 여비를 마련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사춘기인 쌍둥이 아들과 딸을 두고 말이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세계적인 치유 춤의 대가이자 휴머니스트 평화주의자인 안나 할프린(1920~2021)을 찾아가 춤을 배웠다.

귀국한 최씨는 무대에서 내려와 길거리 사람들과 어울려 춤을 추는 ‘힐링커뮤니티댄스’를 만들고, 나아가 일상생활의 움직임을 소재로 한 ‘빨래춤’, ‘털기춤’을 개발해 우울증, 근골격질환, 암을 비롯한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치유의 희망을 가져다주었다.

“몸을 움직이다 보면 스스로 이완됩니다. 그걸 통해 상처를 밖으로 드러내고요. 그리고 치유를 경험하게 되죠”

‘영덕 국제 H웰니스 페스타 2024’ 행사가 열린 영덕 고래불 국민야영장 인근 해변에서 본 일출광경. 푸른 하늘과 빛나는 해, 기운차게 치는 파도 속에서 강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영덕=마음건강 길

이들을 만난 것은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경북 영덕군 고래불해수욕장 인근에서 열린 ‘영덕 국제 H웰니스 페스타 2024′ 행사에서였다.

‘웰니스(wellness)’란 웰빙(wellbeing)과 피트니스(fitness)의 합성어로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건강이 조화를 이룬 이상적 상태를 말한다.

대게・고래로 상징되는 영덕군이 이를 주제로 한 축제를 만들어 4년째 계속하고 있는데 올해는 세계적인 치유의학으로 알려진 인도 아유르베다와 독일 크나이프의 치료요법과 함께 한방・미용・명상&요가・마사지・음식・예술・뇌파검사 등 다양한 분야의 웰니스 방법과 상품이 소개됐다.

이곳에는 오랜 기간 웰니스를 연구한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국내 굴지의 글로벌교육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캐롯 노상충 대표는 15세 때부터 시작한 명상을 지금도 게을리하지 않는 수행자이면서, 사람들의 마음공부를 위해 재단을 설립하고 최근에는 서울 이태원에 명상교육원 ‘센터원’을 개설하고 세속적 구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 출신인 조우석씨는 마음과 영적 세계와 관련된 지혜를 전파하기 위해 좋은 직장들을 마다하고 41만명 구독자의 유튜브 ‘책추남TV’(책 추천해주는 남자)와 출판사 나비스쿨, 그리고 여러 커뮤니티를 통해 더 정화되고 행복한 삶의 길을 살아가는 방법을 함께 모색하고 있다.

21세기 AI(인공지능)시대에 접어들면서 이처럼 어떤 종교나 이념, 단체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다양하게 행복과 영적세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더욱 늘고 있다.

미국의 정신의학자이자 영성가인 데이비드 호킨스는 인류 의식 수준이 지난 수세기 동안 지수 190 정도에 머물러 있다가 1980년대 중반 207로 뛰어올랐으며 앞으로도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영덕 축제를 보고 옛적 호랑이도 나왔다는 경북 청송을 지나 상주, 문경 새재로 이어지는 산간 도로를 넘어오면서 다시 한번 행복은 바깥이 아니라 내 안에 존재하며, 각자 얼굴과 취향이 다르듯 다 다르며,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겨 보았다.

내 안에, 내 곁에 있는데 왜 내 마음은 끊임없이 이곳저곳 기웃거리고 방황하고 있을까. 거기에 대한 해답의 일부를 이번 여행에서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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