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미(美) 국립암연구소 저널에 발표된 논문이 일본인들을 놀라게 했다. 하와이로 이민 간 일본인의 대장암 발생률이 현지 미국인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대장암은 대표적인 서양인 암인데, 동양인 이민자들 사이에서 더 많이 발생했다. 특히 하와이 이민 2세대 일본인의 대장암 발생률이 백인보다 더 높았다.

하와이에 거주하는 일본인의 대장암 발생률은 일본 후쿠오카 주민보다 약 3.5배 높았다. 불과 반세기 만에 대장암 발생률에서 큰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일본인의 고유 유전자와 이민 후 변화된 식이 패턴 간의 불일치 때문으로 분석했다. 스시와 미소된장국을 먹던 이들이 스테이크 웰던을 먹으면서 생긴 변화라는 것이다.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암과 질병 발생 패턴이 급격히 바뀌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14일 공개된 조선일보 유튜브 ‘글쓰는 닥터’에선 음식의 변화가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봤다.

/조선일보 유튜브 '글쓰는 닥터'.

미국 흑인, 특히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에게 고혈압은 심각한 보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흑인 성인의 약 55%가 고혈압을 앓고 있으며, 이는 백인의 약 30%라는 비율보다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고혈압을 방치하면 심장병으로 이어지는데, 흑인의 심장병 발생률이 백인보다 30배 높다는 보고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흑인들이 아프리카에서 수천 년간 살아오며 물려받은 유전자와 관련이 있다. 아프리카는 소금이 귀했기 때문에, 흑인들의 유전자는 몸에 들어온 소금을 최대한 보존하려는 방향으로 발달했다. 하지만 후손들이 미국으로 이주한 후 가공식품이 넘쳐나는 환경에서 짭짤한 음식들을 섭취하면서 나트륨 섭취량은 급격히 증가했고, 고혈압이 심각해졌다.

/조선일보 유튜브 '글쓰는 닥터'.

19세기 영국 사회학자 허버트 스펜서가 제시한 ‘적자생존’이라는 개념은 환경에 적응하는 종만이 살아남는다는 이론이다. 현재의 인류는 적자생존에 성공한 조상들의 후예들이다. 문제는 우리가 이러한 유전자와 반대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피가 나는 상처가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피가 빨리 응고되는 체질을 가진 자들이 살아남았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이러한 체질로 인해 고지혈증이 증가하고 있으며, 동맥이 막히는 심근경색증과 뇌경색이 급증하고 있다.

인류는 오랜 기간 기아의 시대를 겪으면서 칼로리를 저장하는 유전자를 발달시켜 왔다. 그러나 현대에는 과도한 식사량과 영양 과잉으로 인해 비만과 당뇨병이 만연해 있다. 아시아인은 곡식을 소화시키는 유전자가 더 많이 발달해 있지만, 다른 식습관을 가진 민족들과는 다르게 에너지 과잉 저장으로 인한 문제들이 두드러지고 있다.

/조선일보 유튜브 '글쓰는 닥터'.

암과 질병 발생은 유전자와 음식 섭취 사이의 관계에서 밀접하게 나타난다. 그렇다면 유전자와 상관없이 무엇을 먹어야 암 발생을 줄일 수 있을까? 1971년 미국 대통령 리처드 닉슨은 국가 암 퇴치법에 서명하며 암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하지만 50년이 지난 지금도 암은 여전히 사망 원인 1위로 자리 잡고 있다. 폐암과 췌장암 등 한국인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암은 여전히 생존율이 30%에 머물러 있다.

암을 완전히 퇴치하지 못한 상황에서 최선의 방책은 암 예방이다. 암 예방 성분을 꾸준히 섭취하여 암 발생을 억제하고 암 성장을 지연시키는 ‘화학적 암 예방법’이 대두되고 있다. 이는 매일 발생하는 암세포를 차단하는 전략이다.

/조선일보 유튜브 '글쓰는 닥터'.

화학적 암 예방에 효과가 있는 대표적인 성분으로는 토마토에 함유된 라이코펜, 보라색 식물에 포함된 안토시아닌, 강황에 들어 있는 커큐민, 청국장과 된장에 있는 이소플라본 등이 있다. 이들은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고, 암세포 자멸을 유도하며, 발암 물질을 상쇄하는 효과가 있다.

화학적 암 예방 성분은 주로 천연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매일 항암 식품을 식단에 포함시킨다면 암 발생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건강한 식단은 암 예방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더 자세한 내용은 조선일보 유튜브 ‘오건강’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