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세 기혼 여성이 유방암 진단을 받고 진료실을 찾았다. 그녀는 아이가 없었지만, 나중에 자녀를 갖고 싶어했다. 항암치료를 하면 난소 기능을 잃을 수 있기에, 치료 전에 미리 인공수정으로 본인 난자와 남편 정자가 수정된 배아를 만들어 동결하였다. 수백만원이 들어가는 비용은 환자 측이 전액 부담했다.

환자는 8번의 항암치료를 받았고, 항호르몬 치료를 2년 정도 받았다. 유방암 치료가 잘되어 치료를 중단하고 임신을 시도했다. 자연임신이 잘되지 않자, 6개월 후에 동결된 배아로 임신을 시도하여 결국 아기를 갖게 됐다.

유방암은 현재 한국 여성암 1위다. 그중 45세 이하 가임기 여성이 전체 환자의 34%를 차지하고 있다. 젊은 유방암 환자에게는 재발률을 낮추기 위해서 수술 외에 항암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고, 난소 기능을 억제하는 치료도 흔히 하게 된다. 그 결과로 생존율이 크게 향상되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난소기능 저하, 조기 폐경 등으로 가임력을 잃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훗날 아이를 원하는 환자는 유방암 치료 전에 난자나 배아를 동결한다.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도 미래를 위해 한다. 서울아산병원의 10년간 자료에 따르면, 40세 이하 유방암 환자의 약 14%가 이런 방식으로 치료 후 임신을 하였다. 진단 시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의 약 18%도 임신을 하였다.

암 치료 전 가임력 보존을 위한 시술비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되어 시술 비용 400만~600만원을 환자들이 전액 고스란히 내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인 부담은 환자들이 치료 전 가임력 보존 시술을 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든다. 암 치료 전 그것을 해 놓지 않으면, 나중에는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기 어려워 지원 시기가 중요하다.

현재 난임부부의 인공수정 및 시험관아기 시술은 건강보험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훗날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 가임기 유방암 여성에게도 이런 지원을 해준다면 많은 환자들이 치료 후에 임신 시도를 할 것이다. 국가 난임정책 일환으로 암환자에게도 지원이 이뤄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