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박상훈

“피부를 건강하게 하는 일이 뇌 건강도 지키는 일입니다.”

정진호 서울대의대 피부과 교수는 요즘 건강한 피부가 어떻게 우리의 뇌 기능을 좋게 하는지 정보와 지식을 전파하는 데 힘쓴다. 뇌와 피부, 서로 떨어져 있고, 그다지 연관성도 없어 보이는데, 어찌하여 피부 건강이 뇌 건강이라는 걸까. 정 교수는 이런 궁금증을 풀어주는 건강 서적 <나의 뇌를 지켜주는 건강한 피부>를 최근 펴냈다. 뇌 연구를 통해 발견한 유익한 피부 이야기로, 이를 발췌해 소개한다.

그래픽=박상훈

◇자외선 차단제는 뇌 보호제

피부는 각종 호르몬을 생산하는 내분비 기관이다. 피부에서 만들어진 물질은 혈액으로 들어가고, 뇌에도 도달한다. 피부가 자외선 자극을 받으면 피부에서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이 많이 만들어진다. 이는 혈류를 타고 뇌에서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로 들어가 신경 생성을 억제한다.

해마에서 새로 만들어지는 신경들은 서로 연결되어 신경신호들을 전달하는데, 자외선이 신경을 연결하는 시냅스 형성도 억제한다. 자외선이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을 과다하게 증가시켜 기억력을 감소시킨다는 사실도 관찰됐다. 정 교수는 생쥐 실험을 통해 자외선이 마음을 우울하게 하는 것도 확인했다.

피하지방세포는 렙틴(leptin)이라는 물질을 분비하는데, 이는 식욕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피부가 자외선을 맞으면 이 렙틴 생성이 저하되어 자외선은 결국 식욕을 증가시킨다. 야외 활동 이후 입맛이 돋는 이유가 자외선을 많이 쬔 탓이라는 해석이다.

정 교수는 “여러 실험을 통해 이런 사실들을 안 이후로는 나 자신이 자외선을 철저히 차단하며 산다”며 “자외선 차단제를 열심히 바르면 총명한 뇌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외선 차단제를 쓸 때는 SPF50+와 PA+++ 이상을 고르고, 2시간마다 덧바르며, 가능한 한 많이 바르고, 흐린 날과 비 오는 날에도 바르는 게 좋다.

◇보습 크림은 뇌 영양제

피부가 노화되면 건조해진다. 건조해서 노화될 수도 있다. 나이 들수록 피부 장벽을 구성하는 각질층이 잘 형성되지 않고, 피부 기름막도 줄어들며 건조해진다. 이를 만회하려고 피부 세포는 사이토카인이라는 물질을 만들어내는데, 이로 인해 피부와 전신 염증이 증가한다. 늘어난 사이토카인은 뇌에도 약한 염증을 일으켜 인지 기능 감소를 일으킨다. 피부 노화의 핵심은 건조이고, 이는 뇌의 노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최근 이와 관련, 연구를 종합하면, 건조한 피부에 보습제를 발라주니 염증 물질 사이토카인 농도가 줄어드는 사실이 관찰됐다. 피부 보습 정도가 좋을수록, 혈액 내 사이토카인 농도가 낮았다. 또한 노인에게 보습제를 계속 바르게 했더니, 보습제를 바르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인지 기능이 나빠지는 정도가 줄어드는 사실도 보였다.

보습제가 뇌 영양제인 셈이다. 보습제를 선택할 때는 피부 각질층의 지질 성분과 같은 것을 고르는 게 좋다. 지질은 콜레스테롤, 세라마이드, 지방산이 1:1:1 비율로 되어 있다. 보습제도 3성분이 이런 비율로 함유되어 있는지, 잘 보고 구매하는 것이 좋다. 세라마이드 성분이 비싼 편이라 적게 들어간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보습제를 충분히 발라서 보습제가 피부를 감싸는 두께가 두꺼울수록 보습 효과가 좋다. 보습제를 바르는 횟수는 하루 두 번을 권하고, 피부가 건조해서 가려움증이 있으면, 하루 3~4회 바르는 게 좋다.

정 교수는 “피부와 뇌는 태아 시절 발생학적으로 같은 기원이어서 피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뇌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며 “총명한 두뇌와 건강한 정신에 필요한 것은 건강한 피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