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봉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

아주 소량의 음주는 심혈관 질환 위험을 낮추어준다고 알려져 있지만, 과량의 음주는 고혈압, 알코올성 심근염, 부정맥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부정맥은 심장의 전기 신호가 불규칙해지는 현상으로, 발생한 부위에 따라서 심방성 및 심실성 부정맥으로 나뉜다. 심각한 부정맥은 심장을 갑자기 멈추게 하기 때문에 급사의 대표적인 원인이다. 최근 유럽심장학회지에 음주와 부정맥 관계를 조사한 연구가 발표됐다.

연구는 평균 나이 30세의 건강한 독일인 자원자 202명을 대상으로 했다. 연구 대상자들에게 심전도 장치를 부착하고, 호기 (날숨) 검사로 혈중 알코올 농도 0.12% 이상이 되도록 음주를 시켰다. 이는 판단 능력이 떨어질 정도이며 이 상태서 운전 시 면허 취소 수준이다. 연구팀은 자원자의 음주 전, 음주 중(음주 시작 후 1~5시간), 음주 후 회복기(6~19시간), 안정기(25~29시간)와 최안정기(30~43시간) 동안의 심전도 변화를 모니터링했다.

연구 결과, 음주를 시작함과 동시에 교감신경이 항진되면서 심방 박동이 빨라졌고, 음주 후 6~19시간이 지난 회복기에는 10명 (5.2%)의 대상자에서 심방세동과 심실빈맥과 같은 부정맥이 발생했다. 음주 후 24시간이 지난 안정기에 들어서야, 부교감신경이 대응하며 심박수가 정상화되기 시작했고, 48시간이 지나야 심장 박동이 원래 패턴대로 회복됐다.

폭음을 하면, 알코올 및 대사물인 아세트알데히드 등이 교감신경을 항진시키고 부교감신경을 억제시켜서 빈맥을 일으키고, 심방 및 심실에 부정맥을 유발한다. 젊은 청년이 폭음 후에 급사했다는 뉴스를 종종 접하게 된다. 폭음은 음주 후 24시간 이내에 심각한 부정맥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술은 본인의 주량에 맞게 즐겨야지, 이번 생체 실험 연구에서 나왔듯이 감당할 수 없는 폭음을 하면 부정맥으로 순식간에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