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최근 국내 출시됨에 따라 구매 예약금을 걸어 놓는 등 과열 현상을 보이고 있다. 비만 치료 전문가들은 “위고비가 획기적으로 체중을 줄여주는 것은 맞지만 적용 대상에게 적합하게 쓰여야 안전하다”며 “거의 유사하게 체중 감량 효과를 내는 비만 수술도 최근 안전하게 시행되고 있어서, 전문가와 상의하여 자기 상황에 맞는 비만 치료를 선택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글로벌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만든 위고비는 당뇨병 치료에 쓰던 ‘세마글루타이드’라는 약물의 고용량 주사제 버전이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위·소장에서 음식을 먹으면 분비되는 호르몬(GLP-1) 작용제이다. 이 호르몬은 음식이 들어오면 췌장에 알려서 인슐린 분비를 늘리라고 알려준다. 일종의 홍수 경보다. 한꺼번에 음식이 소장으로 쏟아져 들어오면 힘드니, 위장에 배출 속도를 줄이라고도 지시한다. 그러고는 뇌에 알려서 포만감을 높이고 그만 먹으라는 신호를 보낸다. 위고비 맞은 환자들은 평균 자기 체중의 15~20%가 빠졌다. 몸무게 100kg인 사람이 80kg이 된 것이다. 일부에게 울렁거림, 설사, 구토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위고비는 혈당 개선, 지방간 개선, 심혈관 질환 개선, 콩팥 기능 개선, 사망률 저하 등의 효과도 보인다.
펜처럼 생긴 주사제로 환자가 주 1회 직접 배나 허벅지 등에 주사를 놓으면 된다. 주사비는 1년에 600만~800만원 든다. 환자가 약값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
위고비 투여 대상은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30(㎏/㎡) 이상인 고도 비만 환자 또는 BMI 27~30 미만 비만 환자면서 고혈압, 고지혈증 등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 등이다<그래픽 참조>.
위고비를 쓰다가 끊으면 다시 살이 찔 수 있다. 최근 미국의사협회지에 발표된 임상 연구에 따르면, 약물 투여로 자기 체중의 20%를 줄었다가 투여를 그만두면 체중의 14%가 돌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약물 투여 중에 식이요법과 운동을 하고 생활 습관을 고치면 약을 끊어도 다시 찌는 정도가 줄었다.
조영민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온갖 다이어트와 운동을 해 보았지만 체중 조절에 실패했던 사람들이 위고비 주사를 맞고는 15%에 이르는 체중 감량을 보이는 것을 보면, 비만은 의지 부족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생물학적인 부분이 있다”며 “위고비 주사를 중단하면 다시 체중이 늘어난다는 것은 비만이 그만큼 평생에 걸쳐 관리해야 할 만성 질병이라는 점을 역설적으로 위고비가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편 비만 대사 수술 외과계에서는 평생 주사를 맞아야 하는 위고비의 대안으로 한 번 시행으로 위고비급 효과를 내는 비만 수술을 권한다. 비만 수술은 주로 위장의 5분의 1 정도만 남기는 위장 소매 제거술을 이용한다. 그러면 음식을 먹고 싶어도 위장이 쪼그라들어 많이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수술 후 1년이 지나면 체중의 20% 안팎이 빠진다. 수술받은 당뇨병 환자의 85%가 인슐린이나 혈당 강하제 복용 없이도 혈당이 조절되는 것으로 조사된다. 다만 음식 섭취량을 줄이는 훈련, 고단백 식사, 탄수화물 섭취 제한, 운동 권장 내용 등을 잘 따라야 한다.
비만 수술은 지난 2019년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1000만원 하던 수술비가 환자 부담 200만원대로 떨어졌다. 건강보험 적용 대상은 위고비와 유사하다.
류승완(계명대 동산병원 외과 교수)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장은 “건강보험이 적용된 이후 대학 병원 교수들이 2차 병원으로 나와 시행하면서 비만 수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며 “수술의 표준화와 고도 비만 외과 인증 시스템을 구축하여 안전하고 효율적인 비만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