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환자의 복부 CT 영상을 판독할 때, 주요 병의 진단과 함께 심각한 비만을 판정하여 판독 보고서를 작성한다. 심각한 비만이란 피하지방층과 배 안에 매우 두껍게 지방(脂肪)이 쌓인 것을 말하며, CT는 몸속 영상을 보여주기에 그것을 금방 알 수 있다.
CT로 피하지방은 해안선처럼 그려지고, 몸속 지방층은 내륙의 국경선처럼 그려지는데, 이 국경선과 해안선의 길이와 두께를 합하면 정확한 비만도가 측정된다. 그런 복부 CT를 매일 판독하면서 보니, 복부 비만의 심각성을 판독실에서 느끼게 된다.
비만 환자 CT를 보면, 허리와 골반 주위 피하지방층 두께가 5~10cm나 되며, 두꺼운 지방층이 몸 전체를 담요처럼 두르고 있다. 또 배 속을 CT로 보면 내장 사이에 엄청난 양의 지방이 쌓여 마치 기름바다 속에 간과 창자가 둥둥 떠다니는 모양새로 보인다.
그런데 요즘 병원의 입원, 외래, 응급실 등 환자의 3분의 1이 심각한 비만이다. 내 경험으로 10여 년 전에 가끔 보던 심각한 비만 환자가 최근 급격히 증가하여 요즈음에는 하루에도 여러 명이고, 어떤 날은 그런 환자가 절반이다. 복부 CT를 판독하면서 나는 몇 년 전 코로나19 팬데믹 때를 연상하며 ‘비만 팬데믹’을 보는 듯하다.
비만으로 야기된 질환은 개인의 의료비를 올리고, 국가적으로도 막대한 의료비 지출로 이어진다. 비만 증가는 곧바로 미래의 의료비 부채이다. 금연 캠페인처럼 이제 비만의 위험을 널리 알리고, 나라 전체가 일상생활에서 운동과 적절한 식이를 하는 비만 개선 국민 캠페인에 나섰으면 한다. 수많은 복부 비만 CT를 판독하면서 느낀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