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 대유행 이후 사망원인 1위에 오를 감염병으로 결핵을 지목했다. 대응 자금이 부족해짐에 따라 환자 증가세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31일(현지시각) WHO에 따르면 작년 전 세계 결핵 진단 환자 수는 820만 명으로 집계됐다. 1995년 결핵 환자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은 연간 신규 환자 수다. 이중 사망자는 125만 명에 달한다. 2022년 132만 명보다는 다소 감소했지만,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로 인한 사망자 수의 두 배다.
결핵은 박테리아로 인해 발생하는 감염성 질환이다. 대부분 폐에 영향을 미치며 환자가 기침·재채기 등 침을 뱉을 때 공기 중으로 박테리아가 퍼져 옮겨진다. 당뇨병·고혈압·담배·알코올 등이 위험을 높일 수 있고 특히 HIV 등으로 인해 면역 체계가 약해진 사람들에게 더 치명적이다.
실제 보고서에 의하면 HIV 감염자는 평범한 사람보다 결핵에 걸릴 가능성이 16배가량 높고 결핵은 HIV 감염자의 주요 사망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 인구의 약 4분의 1이 결핵균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 가운데 약 5%에서 10%만이 증상을 보이고 질환을 앓게 된다.
WHO는 결핵이 코로나를 제치고 다시 감염병 사망원인 1위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 대유행 당시인 2020년부터 2년간 코로나 관련 사망자는 1490만 명 정도다. 국제적 보건비상사태(PHEIC)가 해제된 2022년 이후엔 관련 통계가 명확하지 않지만, 코로나 사망자 수는 이미 연간 수만 명 선 이하까지 급감한 것으로 추정된다.
WHO는 결핵 환자 급증 원인을 자금 문제에서 찾고 있다. 에이즈·결핵·말라리아 등을 퇴치할 목적으로 설립된 국제기구가 모금액을 발병 고위험국 위주로 배분하는데, 이들이 운용할 대응 자금 자체가 부족한 상태라는 것이다. 현재 신규 결핵 사례 대부분이 동남아시아 지역(45%)에서 발생 중이고 아프리카(24%)와 서태평양(17%)이 뒤를 이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발견, 예방, 치료가 가능한 질병임에도 여전히 결핵이 많은 사람을 죽이고 병들게 한다는 사실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모든 국가가 결핵 퇴치를 위한 약속을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