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을 앓고 있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유방암 발생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려대병원은 이 병원 조현철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연세대 의과대학 정선재 교수·양지수 박사 공동 연구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분석해 이런 결과를 얻어냈다고 5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18세에서 80세까지의 조현병 여성 약 22만 명과 기타 정신질환 여성 22만여 명, 그리고 정신질환 환자가 아닌 여성 45만여 명의 10년 치 의료 기록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조현병 여성 집단의 유방암 발생 위험은 정신질환이 없는 여성 집단보다 1.26배 높았다. 기타 정신질환 여성 집단과 비교했을 때도 1.0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경향은 폐경기 전후 여성들에게서 두드러졌는데, 조현병 여성 집단 내 40~64세 연령대는 조현병이 없는 동일 연령대에 비해 유방암 위험 수치가 1.36배나 높았다. 다만 40세 미만과 64세 이상에서는 발생 위험 차이가 유의미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항정신성 약제 장기 복용이 유방암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대상자 중 항정신병 약제를 4년 이상 오래 복용한 경우를 6개월 미만 복용자와 나란히 두고 봤을 때 유방암 발생 위험이 1.36배 증가한 것이다.
정선재 교수는 “이번 연구는 조현병 여성 환자들의 유방암 조기 검진과 예방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근거”라며 “특히 폐경기 전후 여성 환자들은 반드시 정기적으로 유방암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현철 교수도 “항정신병 약물의 장기 사용이 불가피한 환자라면 유방암 발생 위험을 고려해 약물을 선택해야 하고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미국 국립보건원(NIH) 지원으로 진행됐으며, 영국 정신의학 저널(British Journal of Psychiatry) 최신호에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