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초기 산모가 환경호르몬에 노출되면 태아의 정상적인 뇌 발달을 방해받고, 태어난 아기 역시 성인이 된 후까지 영구적인 뇌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부산대 분자생물학과 정의만 교수 연구팀은 임신기와 수유기에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진 ‘내분비계 교란 물질’에 노출될 때 생기는 변화를 연구해 13일 발표했다. 이 결과는 앞서 지난달 26일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해저더스 머티리얼즈’(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내분비계 교란 물질은 체내 호르몬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할 수 있는 외래 화학물질이다. 화장품·알루미늄 캔·플라스틱·의약품 등에 포함돼 일상생활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연구에서는 알킬페놀류 내분비계 교란 물질 일종인 옥틸페놀이 실험 쥐의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그 결과 연구팀은 태아의 신경 발달 시기에 발생한 옥틸페놀 노출이 미세아교세포(microglia)의 형태와 기능에 지속적인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미세아교세포는 뇌 기능을 지원하는 중추신경계 면역세포다. 신경 퇴행 반응을 일으키는 여러 독성 물질을 제거하고 신경 뉴런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자세한 과정을 보면, 연구팀은 성체 쥐의 임신기부터 수유기까지 옥틸페놀을 노출해 태아에게도 간접 노출을 이어갔다. 이후 태어난 자손 쥐를 성체까지 키웠고, 옥틸페놀이 이 자손 쥐의 대뇌 피질에서 미세아교세포의 형태를 변화시켰음을 파악했다. 모체가 겪은 환경호르몬 노출이 자식에게까지 이어져 다 자라서까지 악영향을 받았음을 의미한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환경호르몬이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데 새로운 단서를 제공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환경적 요인이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