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20~30대 청년들의 건강이 심상치 않다. 3대 만성 대사 질환 전문가 단체인 고혈압학회, 당뇨병학회, 이상지질동맥경화학회가 최근 연이어 발표한 2024 팩트시트(현 상황의 진단과 치료 지표를 알려주는 자료)에서 공교롭게도 모두 청년 세대의 유병률이 높다는 경고를 내놨다.
앞으로 살아갈 해가 60이 넘는 세대들이 벌써부터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등과 관련된 만성 질환에 시달린다면, 건강한 상태에서 오래 사는 ‘건강 수명’이 단축되고, 의료비 증가와 노동력 감소 등으로 짊어져야 할 사회적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혈압학회 분석에 따르면, 20~30대 고혈압 유병자는 89만명으로 추산됐다. 이들 중 36만명만이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여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63만여 명의 젊은 고혈압 환자는 방치되고 있다는 의미다. 20~30대 고혈압 유병자의 셋 중 둘은 자신이 고혈압임에도 모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기에 이들 세대에서 고혈압을 지속적으로 치료하고 있는 비율은 20대에서 24%, 30대에서는 40%로 낮다.
고혈압학회 신진호(한양대의대 심장내과 교수) 이사장은 “노인 인구를 포함한 전체 고혈압 유병자 중 인지율은 77%, 치료율은 74%로, 장년층 이상의 고혈압의 치료율은 향상되어 왔으나, 청년 세대 고혈압이 관리 사각지대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당뇨병도 비슷한 처지를 보인다. 당뇨병학회의 ‘노인과 청년 당뇨병 현황 분석’에 따르면, 20~30대 청년 당뇨병 환자는 약 30만명이다. 이들 중 의사로부터 당뇨병 진단을 받아 당뇨병을 인지한 사람은 43%에 불과했다. 79%의 인지율을 보인 노인 환자와 대비된다. 이에 청년 당뇨병 환자 셋 중 한 명(35%)만이 당뇨병 약제로 치료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 조절률은 지난 2~3개월 동안의 혈당의 평균치인 ‘당화혈색소’ 검사가 기준이 되는데, 당뇨병 환자의 경우 당화혈색소를 6.5% 이하로 유지할 것이 권고되는데, 이 기준에 맞는 청년 당뇨병 환자는 10명 중 3명뿐이다. 나머지는 혈당 관리가 방치되고 있다는 의미다. 청년 당뇨병 환자에서 정상 체중은 5% 수준에 머물렀고, 8%가 과체중, 87%가 비만에 해당했다. 남성의 복부 비만율은 90%에 이르렀다.
이상지질동맥경화학회 팩트시트 2024에 따르면, 심장 질환을 일으키는 LDL콜레스테롤이 140(mg/dL)이 넘는 고지혈증 환자는 30대에서 남성이 13%, 여성 8%로 조사됐다. 심각한 문제는 이들 질환들이 두세 개 겹쳐 있는 복합 만성 질환 상태의 20~30대 청년들도 상당수라는 점이다. 건강검진 의료기관인 한국의학연구소(KMI)가 지난해 실시한 직장인 검진 분석 자료에 따르면, 30대 남성의 경우 10%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을 2~3개 중복으로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 청년세대들이 이처럼 이른 나이부터 만성 질환에 시달리게 된 이유로는 비만 인구 증가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 운동 부족 고칼로리와 고지방 성분의 가공식품 소비 증가 불규칙한 수면 과도한 음주와 흡연 건강 관리에 대한 인식 부족 등이 꼽힌다.
당뇨병학회 차봉수(연세대 의대 내분비내과 교수) 이사장은 “만성 질환에 걸린 청년층은 앓는 기간이 길고, 치료에 임하는 시기도 늦기 때문에 당뇨병 등 대사 질환으로 인한 합병증 발병 위험이 매우 높다”며 “젊으니까 괜찮겠지라고 생각 말고, 청년 세대들이 질병 인식을 높이고, 만성 질환 예방과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