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8000보를 걷고, 그중 20분을 빠르게 걸으면, 거의 모든 질병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일본 최초 장수 연구소인 도쿄 도립 건강 장수 의료 센터 노화 제어 연구팀이 하루 걸음 수와 그중 빨리 걸은 시간이 얼마냐에 따라 질병 예방 효과가 얼마나 차이나는지를 20년에 걸쳐 추적 관찰한 연구가 일본서 화제다. 기적의 연구, ‘걷기 황금 비율’이라고 불리며, 건강 정보 관련 언론 기사나 인터넷 사이트에 빠짐없이 등장한다.
도쿄 건강 장수 의료 센터 노화 제어 연구팀 운동과학 연구실장 아오야나기 유키리 박사팀은 군마현의 한 지역에 사는 65세 이상 전 주민 5000명을 대상으로, 20년간 신체 활동과 질병 예방의 관계를 조사했다.
연구팀은 주민에게 신체 활동계를 하체나 허리 벨트에 장착하게 하고 걷기 데이터를 얻었다. 주민들의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등 이른바 생활 습관병 발생 자료를 추적해 걷기 데이터와 비교했다. 운동 강도는 저강도, 중강도, 고강도로 분류했는데, 자신의 운동 능력 최대치의 50% 정도 부하로 운동을 하면, 세포 손상도 적고, 회복 능력도 좋아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중강도 운동 수준의 걷기는 성큼성큼 걷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정도의 빨리 걷기, 살짝 땀이 나는 걷기 등이 해당된다.
조사 결과, 매일 8000보를 걸었는데, 그 안에 20분 빨리 걷기(속보)가 포함되면, 생활 습관병 발병은 10분의 1로 줄었다. 이를 실천한 사람 10명 중 9명이 아프지 않았다. 연구팀은 8000보, 속보 20분을 걷기 황금 비율이라고 했다.
반면 하루 2000보 이하로 걷고 속보가 없으면 나중에 노쇠하여 누워 지내게 된다. 하루에 걷는 양이 약 2000보씩 늘어나면 질병 예방 건강 범위가 점점 넓어진다. 하루 4000보에 속보 5분이면, 우울증이 예방된다. 5000보에 속보 7.5분이면, 나중에 요양원에 들어가는 것을 막아준다. 7000보에 속보 15분은 대장암, 유방암 등 암 예방과 동맥경화, 골다공증 개선 효과를 낸다. 하루 만보를 걸으면서 속보를 30분 하면, 고혈압·고혈당·고지혈증 등이 섞여 있는 대사 증후군이 예방된다. 이런 비율은 여러 건강 단체에서 걷기 운동의 건강 효과 표준 지표로 쓰이고 있다.
연구팀은 걷기에 적합한 계절은 가을이라고 했고, 걷기에 좋은 시간대는 체온이 올라간 저녁이라고 했다. 아침에 걸을 거면, 일어난 지 1시간이 지나서 걸으라고 했다. 추운 1월에는 걸음 수가 확 줄어드니, 실내 걷기 방법을 찾는 게 좋다.
연구팀은 걷기를 꾸준히 실천하는 방법으로 자신이 하루 동안 걸은 기록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을 권장한다. 만보계나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면 된다. 집 밖으로 나가는 외출 빈도와 외출 시간을 늘리고, 함께 걷는 동료가 있으면 금상첨화다. 매일 그만큼 걷지 못해도 너무 자책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꾸준히 걷는 게 중요하다.
너무 많이 걸어서 무릎이나 다리에 부담이 생기는 것은 피해야 한다. 걷기 자체를 하루 일상의 하나로 인식하면, 자연스레 걷기가 습관화된다. 연구팀은 하루 8000보, 20분 속보를 2개월 이상 실천하면, 장수 유전자 스위치가 켜지는 효과를 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