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인들은 남녀노소 한겨울에 얼음을 깨고 수영을 즐긴다. /셔터스톡

겨울이 길고 혹독한 북구 지방 사람들은 뜨거운 사우나로 건강과 행복을 얻는 이열치열(以熱治熱) 요법과 함께, 정반대로 차가운 날씨에 웃통을 벗고 뛰거나 얼음물 속에 풍덩 몸을 던지는 이한치한(以寒治寒) 요법도 즐기고 있다.

뜨거운 사우나를 사랑하는 핀란드인은 겨울 수영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물에 들어갔다 나오면 그렇게 상쾌하고 기분이 좋을 수 없다는 것이다.

바쁠 때는 아침에 찬물 샤워로 겨울 수영을 대체한다. 따뜻한 물과 차가운 물을 번갈아 가며 샤워를 하면 혈액순환에도 도움이 된다. 우리가 사우나에서 냉·온탕을 번갈아 즐기는 것과 비슷하다.

러시아인들에게 한겨울에 얼어붙은 호수나 강의 얼음을 깨고 들어가 목욕이나 수영하는 것은 종교적 의식이기도 하다. 신체 건강과 함께 극한의 추위를 이겨내는 강한 정신력을 기르고, 세속에서 더럽혀진 몸과 마음을 정화시킨다는 의미가 있다.

북구 사람들이 한겨울에 웃통을 벗고 반바지 차림으로 대자연 설원을 뛰거나 등산하는 것은 이제 스포츠화돼 있다. 네덜란드의 익스트림 운동선수 출신 빔 호프(Wim Hof)는 여기에다 호흡과 명상을 더한 심신 프로그램을 만들어 전파하고 있다.

미국에선 상업화돼 섭씨 영하 110도까지 냉각된 방에 벌거벗고 들어가 2~3분 버티는 냉동요법(cryotheraphy) 스파도 유행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익스트림 운동선수 출신 빔 호프(Wim Hof)는 한랭요법에 호흡과 명상을 더한 심신 프로그램을 만들어 전파하고 있다. 사진은 겨울 폴란드 숲길을 반바지 차림으로 걷고 있는 모습./wimhofmethod.com

의학적으로 한랭요법(cold theraphy)의 일종인 이한치한 요법들의 효과는 이미 입증되고 있다.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고, 신체 전 기능을 활성화해 운동효과와 면역력을 강화하며, 자율신경계를 자극해 엔도르핀 등 긍정호르몬을 증가시킴으로써 우울·불안증에도 좋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장수에도 기여한다고 한다. 세계적인 장수 전문가인 하버드 의대 유전학 데이비드 A 싱클레어 교수는 백세 장수법 중 하나로 한시적으로 몸을 차갑게 하는 ‘한랭요법’을 권한다.

그는 ‘추위’는 따뜻한 실내에서 축 처진 신체에 ‘적당한 스트레스’를 주어 신경생리학적으로 ▲호흡패턴 ▲심장박동 ▲혈액흐름의 변화와 함께 ▲근육강직 등을 통해 신체 내 생존투쟁을 일으켜 신체기능을 강화시킬 뿐 아니라, 등과 어깨에 있는 갈색지방(brown fat)을 활성화시켜 결과적으로 장수유전자가 강화돼 수명이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싱클레어 박사는 “장수하려면 평소 몸을 편안하지 않은 온도에 ‘적당히’ 노출시키라”고 강조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유기체는 ‘도전’(스트레스)과 ‘응전’을 통해 ‘성장’하기 때문이다.

유명한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은 자기 관리 루틴의 일환으로 일요일 얼음물 목욕을 한다. 근육 통증과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정신적 활력을 찾는 효과로 즐긴다고 한다. /wimhofmethod.com

이를 위해 겨울날에 좀 춥게 지내라고 한다. 예컨대 집안 실내온도를 낮추거나, 티셔츠나 얇은 옷차림으로 바깥에 나가 활기차게 걷기, 또는 잘 때 창문을 조금 열어 두거나 두꺼운 이불 대신 얇은 이불 덮기 등이다.

물론 조심해야 한다. ‘한시적인 추위’를 신체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가 되면 안 된다. 따라서 심혈관질환자나 노약자는 정도에 맞게 해야 한다.

추운 겨울이 되면 몸은 더욱 웅크리게 되고 우울감은 심해진다.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피하지 말고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 걷고 햇볕 쬐고 운동하고 자연에서 머물러야 기분도 상쾌해지고 몸도 ‘업(up)’된다.

사실 한랭요법은 과거 우리가 하던 ‘냉수마찰’과 다를 바 없다. 나도 한겨울 영하 날씨에도 아침에는 2~3분 찬물샤워를 한다. 하고 나면 그렇게 개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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