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가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있다. /뉴스1

심방세동 환자에게 하루 5잔 이상의 커피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심방세동은 심방에서 발생하는 빠른맥 형태로 불규칙한 맥박을 일으키는 부정맥 질환이다. 인지 기능을 떨어뜨리는 위험 요인인데, 커피가 인지 기능 저하를 막아준다는 것이 연구 핵심이다.

스위스 취리히대 연구팀은 19일(현지시각) 미국 심장협회저널(JAHA)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연구는 스위스 심방세동 코호트 연구에 참여한 2413명(평균연령 73세)을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이들의 과거 1년간 하루 커피 섭취량을 조사했다. 이어 최소 8년간 뇌졸중·혈액 염증 지표·혈액 응고·뇌 영상·인지 테스트 등을 실시했다. 여기에서 커피는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만을 집계했다.

그 결과 커피를 하루 5잔 이상 마시는 사람들의 인지 테스트 점수가 커피를 마시지 않거나 하루 한 잔 미만으로 마신 사람보다 전반적으로 높았다. 구체적으로 보면, 커피 섭취량이 많은 사람은 과제 처리 속도·시각 운동 조정·주의력 점수가 11% 더 높았고 인지 연령도 6.7년 더 젊었다. 혈액 염증 지표도 매일 한 잔 미만을 마신 사람과 비교했을 때 20%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주도한 위르그 비어 교수는 “커피와 여러 정교한 인지 테스트 사이에는 많이 마실수록 점수가 높아지는 ‘용량 반응’이 뚜렷하게 나타났다”며 “이 연관성은 나이·성별·체질량 지수(BMI)·흡연·뇌졸중 병력 등을 고려한 후에도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결과는 카페인·마그네슘·비타민 B3(니아신) 등의 활성 성분 때문일 수 있고, 염증 유발 화학물질을 줄이는 커피의 효과 때문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관찰 연구인 이번 연구로 커피가 실제 장기적인 인지 기능 저하 예방 효과를 보인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미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 센터 호세 조글라 교수는 “커피의 전반적인 인지 기능 향상 효과는 다른 연구에서도 밝혀졌다”며 “심방세동 환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커피가 심방세동을 악화시키지는 않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커피를 끊을 필요는 없지만,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다고 해서 심방세동을 예방하거나 장기적인 인지 기능 저하를 막을 수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 식단 가이드라인은 하루 3잔에서 5잔의 블랙커피는 건강한 식단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심장협회(AHA)는 라테와 마키아토 같은 커피 음료의 경우 열량이 높고 설탕과 지방이 첨가된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