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50대 사업가들이 매주 토요일 오전 해방촌에서 모여 마음공부 수업을 하고 있다. /센터원 제공

젊은 시절 언제나 토요일을 기다렸다. 복잡한 일에서 벗어나 자연 속으로 들어가 몇시간씩 산행을 하고 나면 피로로 찌든 심신이 정화되고 신선한 에너지로 재충전 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나이 든 지금, 전처럼 산행을 즐기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토요일은 기다려지는 날이다. 서울 이태원 녹사평역에서 해방촌으로 올라가는 길 초입에 있는 ‘센터원’이라는 건물에서 명상 모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회사 CEO나 간부, 개인 사업가로 일하는 30~50대 남성들로 사업에서 겪는 상처와 힘든 마음을 명상으로 털어내고, 나아가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나 거래선과 보다 좋은 관계를 만들어 ‘윈-윈’할 수 있는 지혜와 품성을 익히고자 참가한 사람들이다.

고요한 마음에 들어가기 전 경직된 신체를 풀기 위해 아사나 요가를 하는 모습. /센터원

이들에게 명상은 은둔이나 구도의 목적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행복하고 잘 살기 위한 것이다. 신체의 근력과 지구력, 유연성을 길러주는 피트니스처럼, ▲흔들리는 마음의 근력을 강화시키고 ▲어떤 상황에 부딪혀도 느긋하게 참고 기다리는 인내심 ▲다양한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지혜를 길러주는 마음 피트니스(mental fitness)다.

이들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3시간 동안 남산과 구 미8군 사령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옥상 루프탑에서 걷기 명상을 시작으로 3층 홀에서 요가, 강의, 명상, 토론 등을 거치면서 지난 한주간 긴장된 몸을 이완시키고, 진흙탕 같았던 정신을 맑게 만들어 각자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훈련을 한다.

이 훈련이 거듭될수록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던 감정과 생각, 행동 패턴을 조금씩 조절할 수 있고, 늘 내리막길을 달리는 자전거처럼 빠른 마음의 속도를 늦출 수 있게 되며, 과거에는 휴가를 가도 쉽게 찾아오지 않았던 이완과 휴식을 할 수 있게 된다.

남산과 미8군 영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옥상 루프탑에서 호흡을 조절하면서 천천히 걷는 '마음챙김 걷기 명상'. /센터원

이 모임의 장(場)을 마련해 준 사람은 50대 중견 사업가로 15살 때부터 명상을 시작했고, 사업을 하면서도 심리학·불교철학·뇌과학 등 다양한 마음공부를 했다. 그는 평소 “리더들의 마음이 맑아져야 사회도 맑아진다”고 역설한다.

최근 센터원의 명상입문 프로그램 ‘고요의 바다’ 6주 코스를 마친 50대 CEO는 “‘몸이 먼저 이완돼야 마음이 열린다는 원리를 터득한 것이 큰 소득”이라면서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서 무엇보다 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스트레칭, 요가, 산보 등 육체적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말했다.

30대 창업가는 “진흙탕을 가만 놔두면 맑아져 안에 있는 미꾸라지 등 모든 생태계가 환히 보이듯, 평소 뒤죽박죽 얽힌 정신상태를 고요하게 맑게 만드는 명상법을 실천해야겠다”고 했다.

40대 기업간부는 “손바닥을 눈에 대면 안 보이지만 떨어뜨리면 온전하게 볼 수 있듯이, 세상살이에서 겪는 온갖 현상과 자극도 한 발짝 떨어져서 온전하게 바라보는 것이 결국 마음수행이란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3시간 동안 요가, 강의, 명상, 토론 등을 거치면서 긴장된 몸을 이완시키고, 진흙탕 같았던 정신을 맑게 하면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훈련을 한다. /센터원

최근 UN은 매년 12월 21일을 ‘세계 명상의 날’로 지정했다. 명상이 세계인들의 신체·정신적 건강과, 나아가 세계 평화와 화합을 이루는 데 있어 필수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요즘 우리들의 마음은 각자 얼마나 복잡하고 힘든가. 인간의 존재를 위협하는 AI(인공지능)의 시대, 물질적 풍요와 반비례해 점점 황폐해지는 정신적 빈곤의 상황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근원적 문답을 위한 마음공부가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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