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여성 이모씨는 뭔가 해야 할 일이 있는데, 그걸 놓쳤다고 생각하면 불안이 크게 엄습한다고 한다. 때로는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벌어져 화가 나기 시작하면 자기 자신을 어쩔 줄 몰라 한다. 항상 시간에 쫓기는 기분이고, 늘 걱정이 많다. 결국 이씨는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고, 불안장애로 진단받았다. 증세를 낮추는 약물 처방을 받았고, 긴장된 마음을 이완시키는 마음 챙김(mindful) 훈련을 해보라고 권유받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이진영

◇불안장애 환자 83만여 명

한국 사회에 불안장애로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가 83만7000여 명에 이른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3년 데이터). 여기에는 공황장애와 같은 공포성 불안장애 환자 6만5000여 명도 포함됐다. 불안장애 환자는 2012년 47만7000여 명에서, 12년 사이 75%나 급증했다. 최근 5년 사이 증가세가 더 두드러진다.

나이대별로는 60대가 15만4000여 명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 40대, 50대 순이다. 하지만 나이대별로 큰 차이 없다. 즉 40대 이상부터는 불안장애가 전 계층에 깔려 있다는 의미다. 75세 이상 환자도 10만8000여 명이다. 불안장애는 6대4 비율 정도로 여자가 남자보다 많다.

그래픽=이진영
그래픽=이진영

사회정신의학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의 불안장애 증가 이유로 교육·노동에서의 지나친 경쟁 구조와 그로 인한 스트레스 증가, 고령화·1인가구 증가 등으로 인한 심리적 지지 기반의 약화를 꼽는다. 백종우(경희대의대 교수) 사회정신의학회 정책이사는 “소셜미디어 등을 통한 과도한 정보 노출과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드러나는 디지털 과부하, 이번 계엄 사태와 같은 정치적 불확실성, 끊이지 않는 사회적 재난으로 인한 트라우마 등이 불안장애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일상에서 마음 챙김 훈련

불안장애 환자가 아니더라도 불안이 늘 잠재돼 있는 한국 사회에서는 누구나 불안과 화를 잠재우는 마음 챙김 훈련이 필요하고, 이를 일상생활에서 습관화하는 것이 좋다.

김은영 서울대 보건진료소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불안하거나 마음의 화가 오를 때 긴장된 몸과 방황하는 마음을 바로 알아차리고, 긴장된 상황을 마주하기 전에 마음을 이완하는 호흡 조절이나 명상을 훈련해야 한다”며 “마음 챙김 정신의학에서는 일상 속에서 그런 훈련이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를 복용하는 것보다 훨씬 쉽고 간단한 불안 해결책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마음을 이완시키는 호흡법은 날숨을 들숨보다 2배 길게 하는 게 핵심이다. 숨을 들이쉴 때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내쉴 때는 느려진다. 들이쉴 때는 흥분을 유도하는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고, 내쉴 때는 안정을 유도하는 부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김은영 교수는 “편안하게 앉거나 바로 눕거나 선 자세에서 호흡당 10~12초 길게 복식호흡을 하면서 들숨보다 날숨을 깊고 길게 쉬는 호흡 훈련을 아침저녁으로 5분 정도 해보라”면서 “이런 ‘천천히 호흡하기’가 익숙해지면 붐비는 지하철 안에서도, 누군가를 기다릴 때도, 회의 중에도, 일하는 중간중간 2~3분이라도 호흡을 조절하면 즉각적으로 마음을 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불안이나 화가 급격하게 치솟을 때는 모든 행동을 멈추고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날숨에 집중하여 천천히 호흡하고, 자기 자신을 껴안아서 부교감신경을 자극하면 급한 불을 끌 수 있다.

“마음의 불 응급 상황에서는 차가운 물을 얼굴에 뿌려 온도를 낮추거나, 찬물이 담긴 세면대에 얼굴 파묻으면, 잠수(潛水) 반사 효과로 흥분이 빠르게 감소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