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에서 한 어르신이 길을 걷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뉴시스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태나 심리적 외로움이 심혈관 질환이나 염증 등을 일으켜 조기 사망을 유발하는 악성 단백질 수치를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3일(현지 시각)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케임브리지대학교 연구팀은 워릭대학교, 중국 푸단대학교와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사회적으로 고립돼 외로움을 느끼는 이들의 혈액에서 심혈관 질환, 인슐린 저항성, 암 발병과 관련이 있는 5가지 악성 단백질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휴먼비헤이비어(Nature Human Behaviour)’ 저널에 게재됐다.

이전 연구에서는 사회적 고립이 조기 사망 위험을 14% 높이고 외로움은 뇌졸중과 심장병 위험을 30%까지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이 현상을 일으키는 원인이 무엇인지 명확히 파악하지 못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외로움이 직접적으로 특정 단백질 수치를 높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4만2000명의 혈액 샘플을 분석해 사회적 고립 혹은 외로움을 겪고 있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 간의 혈액 내 단백질 수치를 비교했다. 연구팀은 분석 결과 사회적 고립과 관련된 단백질 175종과 외로움과 연관된 단백질 26종을 발견했으며, 외로움과 관련된 단백질 85%가 사회적 고립과 관련된 단백질과 중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단백질들은 대부분 염증과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면역 반응으로 생성됐다. 이 단백질들의 90%는 조기 사망 위험, 약 50%는 심혈관 질환, 2형 당뇨병 및 뇌졸중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 이 단백질들은 사회적 고립이나 외로움을 느낀 사람들에게서 더 높은 수치로 발견됐다. 특히 외로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단백질 5종이 확인됐다.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의 혈액에서 콜레스테롤 수치 상승과 심혈관 질환 위험 증가와 관련 있는 ASGR1 단백질이 증가했다. 연구팀은 또 이들의 혈액에서 ADM이라는 단백질도 발견했는데, ADM 수치가 높으면 뇌 부피가 감소하고 조기 사망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는 건강을 유지하는 데 있어 사회적 접촉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외로움을 느낀다는 보고가 늘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WHO)는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을 ‘세계적 공중보건 문제’로 규정했다.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들이 건강을 유지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