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물·통곡류·채소 등이 풍부한 ‘지중해식 식단’을 먹으면 기억력과 인지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다. 이 식단을 따른 사람들의 알츠하이머(치매) 발병률이 현저히 낮았다는 앞선 다른 연구들과 유사한 결과다.
미국 툴레인대학 연구팀은 쥐에게 지중해식 식단과 일반적 서양식 식단을 각각 먹인 뒤 장내 미생물과 인지 기능 변화를 관찰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과학 저널 장내 세균 보고서(Gut Microbes Reports)를 통해 6일 공개했다.
연구팀은 우선 생후 10주 된 어린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눴다. 이어 A그룹에는 올리브기름·생선·섬유질이 풍부한 지중해식 식단을, B그룹에는 포화 지방이 많은 서양식 식단을 먹였다. 그리고 장내 미생물과 기억력·인지력 변화를 살펴봤다.
그 결과 A그룹 쥐는 B그룹 쥐에 비해 유익한 장내 세균 4종이 증가하고 다른 5종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장내 미생물 군집 변화는 쥐들의 기억력과 학습 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고안된 미로 과제 수행에도 영향을 미쳤다.
뿐만 아니라 A그룹은 새로운 정보에 적응하는 능력인 인지 유연성이 향상되고 작업 기억력이 개선된 것으로 파악됐다. 나쁜 콜레스테롤인 저밀도 지단백(LDL) 콜레스테롤 수치도 더 낮게 유지됐다.
연구를 이끈 데메트리우스 M. 마라가노어 교수는 “동물 연구지만 지중해식 식단이 기억력 개선 및 치매 위험 감소와 관련 있다는 인간 연구 결과와 유사하다”며 “지중해식 식단이 청소년 학업 또는 성인의 업무 향상에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지중해식 식단이 주는 효과 관련 연구는 이전에도 있었다. 앞서 영국 뉴캐슬대 연구팀은 성인 6만여 명의 건강·생활 방식 데이터를 활용해 지중해식 식단 준수 정도를 점수화하고 치매 발병 사이의 관계를 평균 9.1년간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지중해식 식단을 잘 지킨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치매에 걸릴 위험이 23%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건강에 좋은 식물성 식품이 많이 포함된 지중해식 식단을 ‘치매 위험 줄이기 미래 전략’에 포함시키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결론은 미국 러시대 연구팀의 연구에서도 드러난 바 있는데, 채소·과일이 풍부한 지중해식 식단을 즐기며 일주일에 3인분 이상의 생선 섭취를 한 노인의 경우 치매 발병 위험이 약 40% 낮았다. 또 일부는 사후 검사에서 뇌 연령이 18세 더 어린 것으로 측정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호주 시드니대 연구팀이 여성 72만 명의 심혈관 건강을 평균 12.5년간 추적한 결과, 지중해식 식단을 엄격하게 따랐던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들보다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24% 낮았다. 또 같은 기간 어떤 원인으로든 사망할 확률도 23%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