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년 1월 17일 경기도 수원시 한 편의점에서 직장인들이 간편식으로 점심을 먹고 있는 모습. 한 시민은 식사를 하며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음. /뉴시스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며 밥을 먹는 등 주의가 산만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식사가 체중 증가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9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네덜란드 라이덴대학교 연구팀은 주의 산만 상태로 식사를 하는 경우 과식을 유발하고 음식의 맛 감지 능력도 저하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사람들은 식사 시간의 70~75%를 다른 일을 하면서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주의가 산만한 상태에서 식사할 경우 뇌가 포만감을 느끼는 호르몬 신호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우리 몸은 식사를 시작한 후 렙틴과 같은 포만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약 20분이 걸리는데, 주의가 산만해질 경우 음식의 양이나 배부름을 감지하는 능력이 떨어져 더 많이 먹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의가 산만해질 경우 뇌의 신호가 방해를 받아 음식의 맛을 제대로 맛보거나 즐길 수 없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로테 반 딜런 라이덴대학교 사회심리학 교수는 “현대인들은 언제 어디서나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는 건강한 식습관에는 좋지 않다”며 “더 많이 먹는데도 제대로 식사를 즐기지 못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2013년 실시된 실험에서는 42명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인지 과제의 난이도에 따른 맛 감지 능력을 테스트했다. 그 결과 어려운 과제를 수행한 그룹은 쉬운 과제를 수행한 그룹보다 레모네이드에 50% 더 많은 설탕 시럽을 첨가했지만, 단맛을 더 강하게 느끼지는 못했다. 2023년 진행한 후속 연구에서는 46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fMRI 뇌 스캔을 실시했다. 연구 결과, 어려운 인지 과제를 수행할 때 미각 처리에 중요한 뇌 영역인 섬엽과 고차원 인지 과정에 중요한 전전두엽 피질의 활동이 감소했다. 또한 보상 처리를 담당하는 핵 측좌핵과의 연결성도 저하됐다.

연구팀은 주의 산만이 단맛뿐만 아니라 고지방, 쓴맛, 신맛, 짠맛, 감칠맛 등 모든 맛의 감지 능력을 저하시킨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2021년 연구에서는 테트리스 게임을 하면서 식사할 경우 음식의 향을 덜 강하게 느낀다는 것도 확인됐다. 지난해 연구에서는 주의가 산만할 때 간식 먹기 등의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경우 사람들은 부족한 만족감을 채우기 위해 ‘과소비’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더 많은 음식을 섭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식사 속도를 늦추면 포만감을 느끼고, 음식 맛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져 섭취량을 줄일 수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2018년 발표된 38편의 논문을 분석한 결과, 음식을 더 오래 씹을수록 섭취량과 배고픔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식사 시 모바일 기기를 치우거나 끄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케이티 태퍼 런던시립대학교 심리학 교수는 “모든 산만함이 나쁜 것은 아니다”라며 “먹는 행위는 우리에게 많은 즐거움을 가져다 주고, 여러 전통과 사회 생활과 밀접히 연관돼 있으므로 이들과 건강한 식습관과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반 딜런 교수에 따르면, 대화하면서 하는 식사는 높은 BMI(체중 증가)와 관련이 없었는데 이는 대화가 식사 속도를 늦추고 포만감을 느낄 시간을 확보해주기 때문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