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마음을 잘 다스려 편안하게 지내려 해도 늘 세상사가 발목을 잡는다. 덜컥 병이 걸리거나 하던 일이 힘들어지거나 자식·인간관계로 속을 썩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아닌 밤중에 홍두깨격인 ‘12.3 비상계엄 선포’ 같은 외부적 사건이 터져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다.
이런저런 꼴 다 보기 싫다면 혼자 산에 들어가 도 닦고 살면 되지만 그렇지 못하는 중생들은 그저 비바람 불고 폭풍우 치는 세파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종교에 의지하는 사람들은 절대자에게 자신의 평안과 행복을 기원한다. 그러나 어느 신도 그 사람만을 골라 세파나 고난을 면제해 주지는 않는 것 같다. 대신 성령이든, 불심이든 그 사람 안에서, 어려움도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하거나, 오히려 기쁨을 찾도록 마음을 바꿔주는 것 같다.
요즘 전세계적으로 각광받는 ‘마음챙김(mindfulness)’ 명상도 생명체인 사람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도록 동서고금 수천년간 이어져 온 마음운용기술의 하나다. 그것의 효능은 의학적으로도 입증되고 있다. 과연 어떤 단계를 통해 우리는 편안하고 행복해지는가.
1. 이완
마음이 고요하려면 몸부터 이완되어야 한다. 긴장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마음이 문을 연다. 그런데 의지로는 안 된다. 골프를 배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이 ‘힘 빼기’인데 안되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몸의 이완은 말단 신경세포부터 뇌에 이르기까지 심리적·신체적·신경생리학적으로 안정과 균형이 돼야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몸의 이완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심호흡, 스트레칭, 요가, 운동, 단전호흡, 목욕, 춤, 명상, 마사지 등 적당한 신체 운동이나 자극을 꾸준히 해주는 것이다. 그때 신경회로는 휴식하거나 활성화되면서 몸을 편안하게 만들며 이것은 곧 마음의 편안함으로 이어진다.
2. 집중
인간이 모든 동물을 제치고 만물의 영장이 된 것은 뛰어난 생존능력의 결과다. 뇌의 안테나가 끊임없이 활동하면서 감시·보호해주는 덕분이다.
그러나 불행의 원흉이기도 하다. 있지도 않을 위협을 미리 걱정하고, 지난 과거를 끊임없이 반추시켜 마음을 힘들게 한다.
때문에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훈련을 통해 산만한 마음을 현재에 머물러 있게 하라. 명상이 각광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마음이 지금 여기 가만히 있으면 행복해진다.
음악 감상, 자연 관찰, 오감(五感) 느끼기 등을 비롯 일상에서 걸을 때 걷고, 일할 때 일하고, 설거지할 때 설거지에만 온전히 몰두할 수 있다면 이것이 모두 명상이다.
3. 평정
삶은 예측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하다. 금방 흥분되고 자동·습관적인 반응이 나올 수 있다. 이럴 때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매일 자신의 신체 감각을 관찰하고 판단 없이 바라보는 명상 훈련을 거듭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좋은 것을 봐도 담담하게, 나쁜 것을 봐도 담담하게 대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