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타늄으로 제작된 바이바코르 인공심장(TAH). /바이바코르
티타늄으로 제작된 바이바코르 인공심장(TAH). /바이바코르

호주의 한 40대 남성이 기증자 이식을 기다리는 동안 티타늄 인공심장을 이식받고 100일간 생존하며 해당 기술 사용 최장 기록을 세웠다.

13일 네이처 등에 따르면 호주 시드니 세인트빈센트병원은 이 환자가 지난해 11월 수술을 받은 후 2월 퇴원했으며 이달 초 기증자 심장 이식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는 인공 티타늄 심장을 이식받고 퇴원한 세계 첫 사례다. 세인트빈센트병원과 모나시대학교, 미·호주 합작기업 바이바코르(BiVACOR)는 공동 성명을 통해 심각한 심부전을 앓던 이 환자가 이식 수술을 받고 잘 회복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번 수술은 모나시대학의 인공심장 프런티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됐으며 이 프로그램에는 심부전 치료 장치 개발을 위해 5000만호주달러(약 457억원)가 투자됐다.

티타늄으로 제작된 바이바코르 인공심장(TAH)은 자석으로 고정된 부양 로터라는 단일 가동 부품으로 구성됐다. 이 장치는 마모되기 쉬운 밸브나 기계적 베어링이 없으며 망가진 심장의 양쪽 심실을 대신해 혈액을 몸과 폐로 공급한다. 자기적으로 매달린 로터가 규칙적인 펄스로 혈액을 순환시키는 연속 펌프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 장치는 낮에는 배터리로 작동하고 밤에는 전원에 연결할 수 있는 외부 휴대용 컨트롤러와 연결해 전원을 공급한다.

이 장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조기 타당성 연구에서 이미 5명의 환자에게 성공적으로 이식됐다. FDA는 현재 이 임상시험을 15명으로 확대하는 것을 승인했다. 아직 일반 용도로는 승인되지는 않았다. 심장병으로 아버지를 잃은 후 이 장치를 발명한 다니엘 팀스 바이바코르 설립자는 “수십 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것을 보게 돼 기쁘다”며 “우리의 인공 심장을 신뢰해 준 이 환자의 용기는 수많은 환자가 생명을 구하는 기술을 제공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의 회복을 감독하고 임상 시험을 위한 장치 준비에 참여했던 크리스 헤이워드 빅터 창 심장연구소 교수는 “바이바코르 인공 심장이 심장 이식에 완전히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며 “향후 10년 안에 인공 심장이 기증 심장을 기다릴 수 없는 환자나 기증 심장을 구할 수 없는 환자에게 대안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심혈관 질환은 전 세계 주요 사망 원인으로 매년 약 1800만명이 이로 인해 사망한다. 미국 보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약 3500명이 심장 이식을 받았으며 4400명이 대기자 명단에 올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