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저녁 서울 이태원의 한 유흥가 골목길에서는 식당·주점 31곳 중 6곳에만 불이 켜져 있었다. 오후 9시가 되자, 불 켜진 가게 곳곳에서 “이제 그만 가셔야 합니다”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태원역 인근 주점 ‘투다리’에서는 손님 세 팀 총 10명이 9시에 맞춰 가게에서 한꺼번에 밀려 나왔다. 손님들 가운데 한 명이 “우리 엄청 빨리 많이 마셨다”며 웃었다. 점주 구자훈(51)씨는 “첫 손님을 저녁 7시 30분에 받아 딱 1시간 반 장사했고, 10만원어치도 못 팔았다”며 “아내와 둘이 오후 3시 반부터 장사 준비를 했는데 허무하다”고 했다. 하루치 임차료 15만원도 못 벌었다고 했다. 그는 손님이 떠난 뒤에도 간판 등(燈)을 끄지 않았다. “혹시 포장 손님이 올지도 모른다”고 했다. 1시간이 지나도 포장 손님은 오지 않았다.
술집을 나온 사람들은 삼삼오오 택시와 지하철역으로 흩어졌다. 그중 한 남성이 만취한 목소리로 “편의점에서 마시자”고 일행을 붙잡았다. 오후 10시가 되자 불 켜진 가게라곤 편의점과 성인용품 전문점만 눈에 띄었다.
배달과 포장을 제외한 식당 영업이 금지된 밤 9시가 넘어서면서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은 ‘코로나 통금(通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멈춰 섰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31일 “이번 한 주가 중요하다”며 “거리 두기를 굵고 짧게 잘 마쳐야 한다”고 했다. 31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날 6시 현재 코로나 누적 확진자는 2만명을 넘어섰다. 신천지 사태 여파로 지난 4월 3일 1만명을 넘어선 지 151일 만이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지난 2주간 감염 경로를 파악하지 못한 ‘깜깜이 확진자’ 비율이 31일엔 코로나 사태 이후 최고치인 22.7%로 집계됐다. 이날 등교 수업이 불발된 학교도 전국 7507곳으로 코로나 사태 이후 최다였다.
서울시는 31일 마스크를 턱에 걸치는 이른바 ‘턱스크’를 하는 경우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것으로 간주돼 단속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마스크를 살짝 내려 코가 보이게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