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성평등주간(9월1일~9월7일)을 맞아 ‘서울시 성평등 언어사전 시즌3′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법령, 행정 용어와 서식 등에 아직도 남아 있는 성차별적 언어를 시민들의 제안으로 바꿔보자고 권고하는 내용이다. ‘서울시 성평등 언어사전’은 2018년부터 매해 10개씩 성평등 주간에 맞춰 발표되어 왔다.

서울시 성평등 언어사전/서울시 제공

◇학교, 사회에서는 학부모라 쓰는데, 법령만 여전히 학부형?

경찰의식 규칙 ‘제15조(외부 인사의 참석) ① 의식을 주관하는 경찰관서장은 의식의 성격과 규모에 따라 다음 각 호의 인사를 초청할 수 있다. 7. 학부형 및 가족‘, 해양경찰의식규칙 ‘제15조(외부 인사의 참석 및 초청절차) ① 해양경찰관서장은 의식의 성격과 규모에 따라 다음 각 호의 인사를 초청할 수 있다. 7. 학부형 및 가족‘ 등 법령에는 '학부형'이라는 단어가 쓰인다.

이를 두고 서울시는 학부형(學父兄)은 학생의 아버지나 형이라는 뜻으로, 학교나 사회에선 거의 쓰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학부형이라는 단어를 제안한 시민들은 “학생의 보호자는 아직도 아버지와 형만 되는 것이 아니다. 학부모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출산(低出産)‘을 저출생‘(低出生)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출산율 감소와 인구 문제 책임이 여성에게 있는 것으로 오인 될 수 있다는 이유다. 현재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등 법령명에도 저출산이라는 용어가 쓰이고 있다. 이미 최근 지방자치단체, 국회 등에서는 정책을 설명할 때 저출생이라는 용어로 대체해 사용하고 있다.

◇자녀는 아들만? 양자대신, 양자녀로...미혼 대신 비혼도

현행 민법,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가사소송법 등에서는 자녀를 아들인 남성만을 뜻하는 ‘자(子), 양자(養子), 친생자(親生子)’ 등으로 쓰이고 있다. 이러안 단어들을 아들과 딸을 함께 포함할 수 있는 ‘자녀(子女), 양자녀(養子女), 친생자녀(親生子女)’ 바꾸자는 제안도 나왔다.

결혼을 아직 못한 상태를 나타내는 ‘미혼(未婚)’대신,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 그대로를 표현하는 ‘비혼(非婚)’이라는 단어를 쓰자는 제안도 나왔다. 미혼에는 결혼을 해야 하는 데 아직 못했다는 뜻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유모차(乳母車)’는 엄마만 끈다는 의미를 담기 때문에 ‘유아차(乳兒車)’로, ‘모자보건법‘에 쓰이는 ‘미숙아(未熟兒)‘는 서투르고 부족하다는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에 조산아(早産兒)로, 지자체 교류를 두고 언니 여동생간 관계라는 ‘자매결연' 대신 ‘상호 결연‘이라는 단어를 쓰자는 제안도 포함됐다.

◇유흥종사자는 여성만? 유흥접객원, 첩을 둔 사람 등의 표현 삭제해야

또, 시대착오적이고 차별적인 법령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식품위생법’에서는 유흥종사자 범위를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노래 또는 춤으로 손님의 유흥을 돋우는 부녀자인 유흥접객원‘로 정의하고 있다. 유흥접객원을 여성으로 지정해 성차별적 인식을 담고 있기 때문에 해당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군 인사법 시행규칙' 제56조는 현역 복무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에 대한 기준으로 ‘첩을 둔 사람‘을 제시하고 있어 ‘축첩제도(국가나 사회에서 첩을 두는 것을 허용하는 제도)’ 가 사라진 현실에 맞지 않고 성차별적인 문구라 이 역시 삭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 외에도 ‘편부(偏父: 어머니가 죽거나 이혼하여 홀로 있는 아버지)’와 ‘편모(偏母: 아버지가 죽거나 이혼하여 홀로 있는 어머니)’ 대신 ‘한부모’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재난 긴급생활비 신청서’에 세대주와 관계를 ‘본인’‘처‘‘자‘로만 구분해 적도록 해 남성 중심적 가족 관계를 나타내는 성차별적인 행정서식이기 때문에 ‘본인’ ‘배우자’ ‘자녀’로 바꿔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번 서울시 성평등 언어사전 시즌3에는 총 821명이 참여해 의견을 제안했다. 이중 여성이 72.5%, 남성이 27.5%였으며 연령대는 30대(37.2%)가 가장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