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올린 “의사들이 떠난 의료 현장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간호사분들을 위로하며 그 헌신과 노고에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드린다”는 페이스북 글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글은 코로나 상황에서 의료 현장의 간호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하면서 무기한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전공의 등 의사들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됐다. 문 대통령의 페이스북에는 “이 와중에 의사와 간호사를 갈라치기 하는 것이냐” 등 비판 댓글이 쏟아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30분 페이스북 공식 계정에 올린 글에서 “코로나19와 장시간 사투를 벌이며 힘들고 어려울텐데, 장기간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니 얼마나 힘들고 어려우시겠느냐”며 “열악한 근무환경과 가중된 업무 부담, 감정노동까지 시달려야 하는 간호사분들을 생각하니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폭염 시기, 옥외 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을 벗지 못하는 의료진들이 쓰러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국민들의 마음을 울렸다”면서 “의료진이라고 표현되었지만 대부분이 간호사들이었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로 고생한 의료진에서 ‘의사’를 제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간호사 여러분,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도 했다.
팔로어 90만명을 보유한 문 대통령 페이스북 계정의 이 글에는 4시간여 만인 이날 오후 5시 50분쯤 댓글이 1만개를 넘어섰다. 문 대통령의 페이스북 메인 사진에는 ‘서로를 믿고 격려하며 오늘을 이겨냅시다’라고 적혀 있다. 밤 10시쯤에는 댓글이 2만개를 넘었다.
◇ “유치한 방법으로 이간질” “해킹 당한 줄 의심”
국정 전반을 운영하는 대통령이 코로나가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와 간호사를 편가르고 있다는 비판이 댓글의 주를 이뤘다.
수도권의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라고 밝힌 A씨는 “의료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몸이 부서져라 일하고 있고 간호사 선생님들도 고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 이유는 당신께서 말도 안 되는 정책을 이렇게 중차대한 시기에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당신의 이런 편가르기를 보니 어이가 없고 정말 화가 난다”며 “당신이 이럴수록 대립은 더욱 극단으로 치닫고 타협의 여지도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정모씨는 “그 간호사들과 동고동락한 사람은 대통령이 아닌 저희 의사들”이라며 “국가 원수의 언행치고는 좀 가벼워 보인다”고 했다. 이모씨는 “같은 의료인, 같은 국민인데 대통령이 이렇게 편가르기를 해도 되느냐”고 했다. 김모씨는 “폭염에 쓰러진 내 동료들은 간호사가 아니었다”며 “왜 의료진 사이를 분열시키는지 또 한번 실망한다”고 했다. 다른 김모씨는 “진료공백이 누구 때문에 생겼냐”며 “코로나로 고생하는 건 간호사가 전부냐. 속이 다 뻔히 보이는 행동에 어이가 없다”고 했다.
“의사, 간호사 둘다 코로나 때문에 고생하는 것 아는데 갈등의 정치하려 하지 말라”고 비판한 네티즌도 있었다. “여당 정치인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대통령이 대놓고 편가르고 있다” “같은 의료인, 같은 국민인데 대통령이 이렇게 편가르기 해도 되는 것인가” “한 나라의 수장이라는 사람이 이런 글을 써도 부끄럽지 않나. 편가르기라는 유치한 방법으로 이간질하는 일차원적인 사고가 놀랍다” “의사 대 국민 구도로 모자라서 이젠 의사 대 간호사냐” 는 비판 댓글도 나왔다.
일부 네티즌들은 문 대통령의 페이스북이 해킹된 줄 알았다는 반응도 내놨다. 서모씨는 “이게 대통령이 할 말이 맞는지 해킹 당한게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제발 해킹당했다고 해달라‘고 했다. “처음에 보고 무슨 문재인 대통령 사칭 페이지인 줄 알았다” “해킹이 아닌 이상 이런 초등학교 일기 수준의 편가르기 글을 쓸 수 있을까” “처음에 누가 개그하나 했는데 대통령 페이스북 와서 보니 진짜였다. 편가르기와 갈라치기에 치가 떨린다”는 반응도 쏟아졌다.
반면, 문 대통령의 발언을 응원하는 댓글도 다수 나왔다. 한 네티즌은 “문장 하나하나가 절절하고 진심을 담아서 눈물이 날 것 같다”며 “간호사들 지지치 말고 힘내라”고 했다. 또 “간호사 여러분 사랑하고 존경한다. 그 마음을 아는 대통령에게 더 큰 사랑과 존경을 보낸다. 힘내라 대한민국”이라는 댓글도 달렸다.
◇야권서도 “국민 이간질, 해도 너무 해” 비판
미래통합당 김은혜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에서 ‘의료진으로 표현되었지만 대부분이 간호사였다’는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해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좌표를 찍었다”며 “의사를 향한 대리전을 간호사들에 명하신 건가”라고 물었다. 이어 “헌신한 ‘의료진’ 그 짧은 세 음절마저 ‘의사와 간호사’ 분열의 언어로 가르는 대통령”이라며 “다음엔 누구를 적으로 돌리실 셈인가”라고 했다.
같은 당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코로나 시기에 통합 대신 의사·간호사 이간질을 택한 문 대통령, 3류 대통령 되고 싶나”라며 “문 대통령의 국민 이간질이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했다. 그는 “의사들이 문재인 정부 의료 정책에 반대한다고 문 대통령이 의사와 간호사가 패싸움하는 것을 조장하고 있다”며 “의사와 간호사는 원팀이다. 아무리 의사 파업 중이라 해도 대통령이라면 절대 해선 안 될 행동”이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