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호 태풍 ‘마이삭’ (MAYSAK)이 제주를 강타하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하늘길과 뱃길도 모두 끊겨 제주는 완전 고립 상태다.
2일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이날 오후 8시 현재 한라산 윗세오름에 시간당 120㎜ 이상의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등 800㎜의 비가 내렸다.
몸을 가누기도 힘들 정도의 강풍이 몰아쳤다. 제주시 한경면 고산 지역 최대 순간풍속이 초속 47m를 기록했으며, 새별오름 38.1m, 서귀포시 남원읍 지귀도 35.8m를 기록했다.
한편, 태풍이 상륙한 부산 동래구, 사하구 등에서는 가로수가 쓰러지고 정전이 이어지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부산 동천에서는 불어난 강물에 빠진 여성을 소방대원들이 구조해 병원으로 옮기기도 했다. 부산시 측은 3일 오전 1시 30분 기준 “태풍으로 인해 3874가구가 정전됐고, 그 중 214가구가 복구됐다”고 밝혔다.
태풍이 처음 들이닥친 제주에서는 강풍과 물폭탄으로 정전과 침수 등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제9호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강풍과 함께 폭우가 쏟아지면서 이날 오후 10시 현재 제주 지역 3만1424여 가구가 정전됐고, 일부 하천은 범람 우려가 있어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한국전력공사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43분 서귀포시 호근동을 시작으로 제주시 연동, 노형도, 애월읍 등 오후 7시까지 제주도내 2만4000가구가 한때 정전됐다. 한전은 고압선 등이 끊어져 정전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가 끊기자 제주지역 맘카페 등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불편을 호소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글을 쓴 주민은 “‘펑펑‘하고 마치 변압기가 터진듯한 소리가 난 뒤 전기가 끊겼다”, “전등은 물론 인터넷에 텔레비전, 에어컨까지 먹통이 돼 암흑 천지다”, “태풍 소리에 주변까지 깜깜해 무섭다”고 호소했다. 한전 관계자는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강한 비바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른 시간 내 복구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제주도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오후 6시쯤 제주시 외도동 월대천이 폭우로 범람할 우려가 있자 인근 주민들에게 월대마을회관으로 대피하라는 주민 대피령을 내렸다.
또 제주시 동문시장 인근 남수각 일대 산지천 하천도 불어나 수위를 1~2m 정도 남겨두고 있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제주시는 이날 오후 도심지 하천 범람을 막기 위해 하천 상류부에 있는 한천 1, 2저류지와 병문천 2, 5저류지 수문을 모두 개방했다.
또 신호등이 엿가락처럼 휘어지고, 간판이 떨어지는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이날 오후 8시 기준 소방안전본부가 출동해 안전조치에 나선 건수가 모두 364건이다.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에서는 비닐하우스가 강풍에 무너지고 구좌읍 송당리에서는 전신주가 인근 주택 마당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서귀포시 서귀동과 강정동, 색달동 등에서 지붕과 간판, 창문이 파손됐고, 낮 12시45분쯤에는 서귀포시 서호동의 한 마을 안길에 서 나무가 강풍에 넘어지면서 주차중인 차량을 덮쳤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연결하는 도로인 평화로, 제2산록도로, 애조로, 교래로 등 제주지역 주요 도로가 침수돼 차량 통행이 통제됐다.
항공기와 여객선 운항도 중단됐다. 제주에서 대구로 향하려던 티웨이항공 TW802편이 운항을 취소하는 등 출발 180편, 도착 192편 등 372편이 결항됐다. 제주도내 항·포구에는 선박 2000여척이 긴급 대피했다.
제주시내 대중교통인 버스 10개 노선 운행이 중단되면서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날 오후 5시18분쯤 서귀포시 색달동 도로에 물이 차서 차량에 갇혀있던 탑승자 4명이 구조되는 등 이날 10여 명이 구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