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한국 원자력, 누가 그를 죽이는가."

도발적 내용의 피켓들이 19일 전국 곳곳에 등장했다. 모자와 마스크를 쓴 젊은이들이 오전 10시부터 해 질 녘까지 순번을 정해 행인들 앞에서 하루종일 피켓을 지켰다.

“세계최고 한국 원자력, 누가 죽이나”… 취리히·코펜하겐서도 원자력 지지 시위 - 탈원전 정책의 위험성을 알리는 글로벌 캠페인 '원자력 지지 운동(Stand Up for Nuclear)'이 다음 달 중순까지 전 세계 도시 40곳에서 열린다. 미국 환경운동 단체 '환경진보'가 주도하며, 국내에서는 지난 19일과 오는 26일 두 차례에 걸쳐 서울과 부산, 제주 등 13곳에서 100여 명이 참가한다. 왼쪽 사진은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탈원전 반대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조형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같은 날 스위스 취리히에서 공학도들이 나섰고(가운데),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원자력으로 화석연료를 대체하자'는 팻말을 들고 캠페인에 참여했다. /녹색원자력학생연대

이날 행사는 글로벌 캠페인 ‘원자력 지지 운동(Stand Up for Nuclear)’의 일환으로 열린 1인 시위다. 캠페인은 환경운동가 마이클 셸런버거가 대표로 있는 미국 환경운동 단체 ‘환경진보(EP)’가 주도한다. 한국에서는 서울과 수원, 대전, 광주, 부산, 제주 등 전국 주요 번화가 13곳에서 100여명의 청년이 참여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이들은 서울대·카이스트·한양대 등 총 14대학의 원자력공학과 학생들로 이뤄진 녹색원자력학생연대. 이날 대전역 앞에서 1인 시위에 참여한 조재완(30) 대표는 “지금 이 시간 한국뿐만 아니라 아르헨티나⋅독일⋅필리핀⋅남아프리카공화국⋅미국⋅노르웨이 등에서도 같은 내용의 행사가 열리고 있다"면서 “탈원전이 결코 ‘정답’이 아니라는 것에 전 세계인이 공감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탈원전'에 항의하는 글로벌 축제

원자력 지지운동 행사는 올해로 벌써 5년째다. 마이클 셸런버거가 재생 에너지의 문제점과 원자력의 필요성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2016년 시작했다.

처음엔 소박하게 시작했지만 소셜미디어(SNS)의 힘을 빌려 2~3년 전부터 전 세계적 행사가 됐다. 환경보호와 기후변화 예방을 위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대안을 추구하는 학생과 시민단체들의 ‘축제'가 된 것이다.

올해는 9월 5일부터 10월 중순까지 총 4주간 전 세계 40여 도시에서 행사가 열리고 있다. 조 대표는 “SNS를 통해 세계 곳곳의 행사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면서 “가족끼리, 친구끼리 손수 현수막과 피켓을 만들어 들고 나왔다"고 했다.

형태와 내용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탈원전 정책의 위험성을 알리는 취지는 모두 같다. 원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리면서 오히려 자연 생태계가 파괴되고,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탈원전에 좌절감 느낀 학생들 거리로

한국에서는 녹색원자력학생연대를 중심으로 그린뉴크, 사실과과학시민네트워크, 에너지흥사단 등 시민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산업 생태계의 붕괴를 우려하는 연구원과 원전 종사자, 일반 시민들도 나섰다.

공학을 전공한 학생들의 참여가 많다. 조 대표 역시 현재 카이스트에서 원자력을 전공하는 박사과정 학생이다. 그는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중단과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 이후 많은 학생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좌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녹색원자력학생연대는 원전 건설 재개를 촉구하는 서명운동과 인터넷 토론 등 다양한 탈원전 반대 활동을 벌이고 있다.

조 대표는 “탈원전은 환경도, 경제도 놓치고 전도 유망했던 원자력 전공자들의 미래마저 망치고 있다”면서 “(탈원전 정책의 폐기는) 우리만이 아닌, 전 세계인들의 목소리임을 알아 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