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미국에 수출된 국산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진단키트가 신뢰도 논란에 휩싸였다. 위양성(僞陽性·가짜양성) 판정이 빈발했다는 것이다.
당시 해당 진단키트 50만회분을 900만달러(104억원)에 수입해간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는 ‘한국의 사위’로 불리며 화제가 됐고, 우리 정부는 이 사건을 ‘K방역 성과’로 홍보했었다.
메릴랜드주(州) 최대 일간지 ‘볼티모어 선’은 18일(현지시각) ‘메릴랜드대학 연구소, 극찬을 받았던 한국산 진단키트 사용을 거짓양성 판정 빈발로 중단’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볼티모어선은 기사에서 “지난 4월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가 팡파르를 울리며 한국에서 대량 수입한 한국산 코로나 진단키트 수십만개가 신뢰도 문제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신뢰도 문제'의 내용에 대해서는 “메릴랜드주 일대 요양시설에서 거짓양성판정이 빈발한 데 따른 것”이라고 했다. 다수(several) 시설에서 가짜양성 판정이 속출했다는 사실을 현지 요양시설 대표단체가 확인했다는 것이다.
볼티모어선은 메릴랜드대 대변인을 인용, “메릴랜드대 볼티모어캠퍼스의 연구소에서 (한국기업) ‘랩지노믹스’의 진단키트인 ‘랩건’에 대한 검사 수천여건을 진행한 결과, 해당 진단키트를 더는 사용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썼다. 메릴랜드대학은 지난 4월 주 정부로부터 비용 250만달러(약 30억원)를 받고 코로나 진단 작업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메릴랜드대 측은 “이달 2일부터 8일까지 확진 판정이 나온 검사 결과를 조사 중”이라며 “여러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았을 수 있지만, 연구실 장비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언론에 밝혔다. 이어 “앞으로 랩지노믹스의 진단키트가 아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개발한 진단키트로 대체해 코로나와 독감을 동시에 검사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랩지노믹스사(社) 의 진단키트 랩건은 지난 4월 호건 주지사가 검사 50만회가 가능한 분량을 대량 수입하며 현지에서 화제를 일으켰다. 수입 가격은 900만달러(약 104억원)였다. 미국에 수출된 해당 진단키트는 질병관리청의 긴급사용 승인을 받지 못해 현재 국내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제품이다.
우리 정부 산하 KTV는 당시 “우리의 ‘K-방역’이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도 당시 ‘협상 과정에서 호건 주지사의 아내 유미 호건 여사가 한밤중에 전화 통화를 하며 큰 역할을 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랩지노믹스 측은 볼티모어선 보도와 관련, 21일 본지 통화에서 “우리도 해당 보도를 확인했다. 그러나 메릴랜드대 연구소 측에서 해당 논란과 관련해 일절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랩지노믹스 관계자는 “대학 연구소 측의 정밀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며 “검사 과정에서의 오염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데, 나오는 결과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라고 했다.
랩지노믹스는 22일 메릴랜드대의 입장문과 래리호건 메릴랜드주지사 입장문을 공개했다. 메릴랜드대 측은 입장문에서 “랩건의 진단키트는 코로나 검사에 적합하다”며 “코로나 검사와 독감 검사를 동시에 진행하기 위해 미국 질병통제청(CDC) 진단키트로 바꾼 것”이라고 밝혔다. 호건 주지사는 “지난 60일간 랩지노믹스의 진단키트 20만건 이상을 두 곳 연구소에서 아무런 문제 없이 성공적으로 사용했다”며 “랩지노믹스의 진단키트를 CIAN 연구소와 주 공중보건 연구소에서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랩지노믹스 관계자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조만간 메릴랜드 주 정부의 공식 발표가 있을 예정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