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이걸로 추석 때 맛난 거 사드셔유”
충북 영동 구강마을 배정완(57) 이장은 마을 어르신들댁을 직접 찾아 긴급재난지원금을 전달하고 있다. 배 이장이 전달하는 긴급재난지원금은 나랏돈도, 영동군 돈도 아닌 마을 주민들이 농약 빈병이나 폐비닐 등을 팔아 모은 돈이다.
이 마을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은 코로나 사태로 쓸쓸한 추석을 맞을 주민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영동군 구강마을은 46가구 70여명이 사는 작은 마을이다. 대부분 농사를 지으며, 평균연령이 70-80대인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매년 명절이 되면 시골마을은 자식·손자들이 짐 한 보따리씩 들고 부모님댁을 찾아와 오랜만에 북적댄다. 하지만 올해 구강마을은 외로운 추석을 맞이하게 됐다.
코로나 사태가 확산하면서 대부분 주민이 자식들에게 “이번 추석에는 절대 내려오지 마라”고 신신당부했기 때문이다.
배 이장은 쓸쓸한 추석을 맞을 어르신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길 바라며 마을 발전 기금을 활용해 재난지원금을 나눠주기로 주민들과 뜻을 모았다. 매년 춘계 관광, 체육대회 등에 마을 발전기금 400-500만원을 사용하는데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묵혀뒀던 돈도 있었다.
재난지원금은 10만원씩의 영동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대상자는 이 마을에 주소를 둔 46가구이다. 거동이 불편한 홀몸노인 가정에는 이장이 필요한 물품을 확인해 직접 구매해서 전달할 계획이다.
배정완 이장은 “이번 재난지원금이 크지는 않지만,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어려운 시기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란다”며 “주민 모두가 힘을 모아 위기를 잘 극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