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오산)이 오산시 청사에 자연생태체험관(‘버드파크’)을 짓는 민간 투자자에게 입에 담기도 민망한 욕설 문자 메시지를 보내 논란이 되고 있다. 수신자가 “기자회견을 하겠다”며 항의하자, 안 의원은 “친한 후배에게 보낸다는 것이 실수로 갔다”고 해명했다. 오산에서 내리 5선으로 당선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며 군림하는 그의 행태를 두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골목대장’ ‘무소불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7일 오산버드파크 대표 황모씨에 따르면 안 의원은 이달 7일 자기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버드파크 사업을 캐물었다. 안 의원은 지난달부터 곽상욱 오산시장, 시공사 대표와 어떤 관계인지 등도 질문했다. 안 의원과 오산시장을 3선 연임하는 민주당 소속 곽 시장의 반목은 지역 정가에 잘 알려져 있다.

안 의원은 당시 황씨에게 “공사가 의향서와 달리 너무 확대돼 깜짝 놀랐고 해명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답변이 없자 약 40분 뒤 ‘X탱이가 답이 없네’라는 문자를 보냈다. 이에 황씨는 “5선 의원이 입에도 못 담을 말을 했다. 내일 오산시청에서 기자회견부터 하겠다”며 항의했다. 그러자 안 의원은 약 17분 뒤에 “후배에게 보낸 것이 잘못 갔군요. 양해 바랍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안민석 의원이 보낸 욕설 문자 메시지. /연합뉴스

경북 경주에서 경주버드파크를 운영하는 황씨는 약 85억원을 투자해 오산시 청사에 자연생태체험관을 지은 뒤 관리 운영권을 갖고 기부 채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민원실 상부 유휴 공간과 인접 터에 지상 4층, 연면적 3971㎡ 등의 규모로 앵무새 활공장, 식물원, 수족관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2018년 11월 오산시와 협약했다. 현재 공정률은 약 80%로 다음 달 완공을 앞두고 있다.

안 의원은 본지가 설명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으나 응답이 없었다. 다만 일부 언론에 “군대 동기인 친한 후배에게 보낸다는 게 실수로 투자자에게 간 것”이라며 “당사자가 불쾌해하기에 정중하게 사과하고 끝난 일종의 해프닝”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욕설 문자’ 문제보다 오산시에서 군림하는 안 의원 행태가 더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버드파크 개장이 코앞인데, 자기와 갈등 관계에 있는 곽 시장의 역점 사업이라는 이유로 시의원들에게 압력을 넣으면서 뒤늦게 딴죽을 걸고 있다는 것이다.

안 의원이 위원장인 민주당 오산시위원회 운영위원회는 지난 18일 버드파크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기부 채납의 불법 여부에 대해 행정안전부의 유권해석이 있을 때까지 공사를 중지하고, 운영 주체도 우선적으로 오산시설관리공단 등 공공 기관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소속 한은경 시의원은 지난 20일 소셜미디어에서 “시책 사업 추진 막바지에 반대를 위한 회의 절차는 비겁하고 치졸해 보인다”며 “다음 공천에 최대 권력자가 위압적 언행을 하고, 정치적 책임 운운하면 현직 최하 정치인들은 그저 마음이 조여오고 괴롭다”고 했다. 지방의회 의원 공천 과정에서 생살여탈권을 가진 안민석 의원이 시 의원들을 압박하며 위압적으로 군다고 에둘러 비판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덕훈 기자

민주당 소속 조재훈 도의원은 지난 23일 소셜미디어에서 안 의원을 ‘안석대’라고 불렀다.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나오는 학급 반장 ‘엄석대’처럼 무소불위의 폭력과 권력을 행사한다고 비판한 것이다. 조 의원은 “나는 그를 ‘안석대’라 부른다. 큰일 하라 했더니 쬐끄만 오산에서 골목대장이 된 듯하다. 무소불위 안하무인 제멋대로”라고 말하기도 했다.

안 의원은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당선된 이후 오산에서 5선을 했다. 특히 지방선거 공천권을 무기로 절대 권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시의원 등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시정을 좌지우지한다는 뒷말이 끊이지 않는다. 오산의 한 정당인은 “일부 지방의원들이 안 의원의 위세와 독선에 반발해 탈당도 했으나, 눈 밖에 난 사람들은 공천이나 선거에서 살아남지 못했고 오산이 ‘안민석 공화국’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