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8일 추미애 법무장관의 아들 서모(27)씨 군(軍) 휴가 연장 청탁 혐의 등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리자, 여론은 들끓었다. 법조계는 물론 검찰 내부에서조차 비판이 터져나왔다.

29일 환한 웃음 지으며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추미애 법무장관/뉴시스

서울동부지검(지검장 김관정) 수사 결과를 전한 네이버 뉴스 코너에는 검찰과 추 장관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국민을 위한 국가인지 부패한 금배지를 위한 국가인지"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 어떻게 이런 식으로 무마가 되느냐. 추미애 ×들이 검사장을 맡고 있으니… 치가 부들부들 떨린다” “검찰을 자기들의 개로 만드는 게 검찰 개혁이냐” 등이었다. “직접 한 게 아니면 괜찮다는 검찰 논리라면 5·18 전두환 발포 명령도 무죄냐”는 글도 있었다.

젊은 이용자, 특히 남성이 많은 ‘에펨코리아’ ‘엠엘비파크’ 등 대형 사이트엔 “우리도 그렇게 휴가 갈 수 있냐” 등 분노의 글이 잇달았다. “미군 장성들도 서면 보고 후 휴가 간다”는 카투사 출신의 글 아래엔 “엄마가 국토·법무·외교부 장관이면 보고 없이 가능”이란 댓글이 달렸다. 직장인 게시판 앱엔 “민주주의가 사망한 것 같은데 조의금 보낼 계좌 좀 누가 찍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추미애 보좌관은 서씨의 형도, 삼촌도 아닌 완전한 제3자였다. 그렇다면 앞으로 여자 친구가 휴가 구두로 연장하고, 회사 부하가 연장하고, 엄마 친구가 연장해도 되는 것이냐”는 글도 있었다.

대학가도 들끓었다. 서울대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정의란 게 있나 싶다. 힘 있는 자가 곧 정의” “허리디스크 달고도 군소리 없이 병역을 다 이행한 내가 바보였다”고 적었다. 연세대 커뮤니티 이용자는 “추미애는 자기가 영전시킨 검사한테 무혐의 받았네. 검찰 개혁의 참모습 잘봤습니다”라고 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비판이 터져 나왔다. 검사들은 본지 통화에서 “추 장관이 보좌관에게 자기 아들 휴가 문제 담당 장교의 전화번호를 보낸 것은 ‘잡음 없이 잘 처리하라’고 지시한 것”이라며 “그런데도 ‘추 장관 개입이나 청탁은 없었다’고 발표한 것은 지록위마(指鹿爲馬·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라고 했다. 한 부장검사는 “이런 방탄, 면죄부 수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특히 서울동부지검은 이번 사건과 관련, 대검찰청으로부터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받고도 이를 무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동부지검이 수사 결과 보고서를 올렸던 지난 27일 대검은 내부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선 실무진뿐만 아니라 조남관 대검 차장도 “의혹이 명확히 해소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으니 보완이 필요하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까지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추 장관을 보좌했던 조 차장까지 ‘전원 무혐의’에 대해 사실상 반대 의견을 낸 것이다. 그러나 ‘추미애 사단’으로 통하는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과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이를 듣지 않고 원안대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수사팀이 추 장관의 서면 답변을 받은 바로 다음 날(27일) 대검에 ‘추 장관과 아들 등 전원 무혐의’ 방침을 보고한 것으로 두고도 “처음부터 답을 정해놓고 한 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핵심 인물인 추 장관의 답변서를 받자마자 수사팀이 무혐의 처분을 한 것은 미리 결론이 짜여 있었단 뜻”이라며 “어떤 사건도 이렇게 처리하진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