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달 2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계몽군주”로 비유한 것에 대해 “설마 싸구려 입에서 고급스러운 비유가 나오겠느냐”며 “어느 나라 계몽 군주가 ‘코로나 방역’에 소총을 사용하느냐”고 비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 9월 2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최인아 책방에서 열린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김연정 객원기자

진 전 교수는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련 기사 링크를 올리며 “어느 나라 계몽군주가 고모부(장성택)를 처형하고, 이복형(김정남)을 암살하고, 코로나 방역에 소총을 사용합니까”라며 지난달 북한군에 의해 총살된 해양수산부 소속 8급 공무원 이모(47)씨 사건을 함께 언급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연합뉴스

유 이사장은 지난달 25일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된 10·4 남북공동선언 13주년 기념행사 토론회에 사회자로 나섰다. 이날 방송 도중 유 이사장은 북한이 통일전선부 명의로 보낸 통지문에서 김정은이 우리 공무원을 사살한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는 속보를 봤고,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의 리더십 스타일이 그 이전과는 다르다”며 “제 느낌에는 계몽군주 같다”고 말했다.

이후 정치권에서 유 이사장이 김정은을 칭송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며 “우리 국민이 총살당한 끔찍한 사건을 얼버무리려 해괴한 논리를 퍼뜨린다” “현실왜곡의 극치”라는 비난이 일었다.

유 이사장은 논란 이후에도 해당 표현에 문제가 없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너무 고급스러운 비유를 했나보다. 배운 게 죄다”라며 “계몽 군주라고 한 것을 (비판적으로 떠드는 분들은 2500년 전 아테네에서 태어났으면 소크라테스를 고발했을 사람들”이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유 이사장의 비유는) 살해 당한 장례식장에서 범인이 ‘계몽 범인’이라 하는 격”이라며 “증거인멸을 증거보전이라 하던 개그 감각으로 이젠 (유 이사장이) 블랙 유머에 도전하시나 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