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방경찰청 전경/충북지방경찰청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는 비위 혐의를 받는 대구지방경찰청 A 경무관과 B 경정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5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 청사에서 정례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김 청장이 이날 밝힌 대구지방경찰청 A 경무관이 충북경찰청 서열 2위인 1부장으로 전보됐다. 그것도 검찰에 넘겨진 같은 날이다.

그는 지역의 한 장류 제조업체에 관한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 수사를 진행하면서 수사 내용과 관련 정보를 해당 업체에 누설하고 수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는 지난달 23일 수사 기밀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A 경무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양형상 공무상 비밀누설은 벌금형이 없는 중범죄다.

하지만 대구지법 서부지원 이효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피의 사실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고, 피의자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영장은 기각됐지만 그는 여전히 범죄 혐의자이다.

그런 A 경무관의 전보를 두고 충북 경찰 안팎에서 ‘도둑인사’, ‘충북 홀대의 끝판 왕’, ‘막돼먹은 경찰청’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충북청 한 경찰 간부는 “A 경무관은 경찰 스스로 수사하고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검찰에 송치한 자”라며 “그런 자를 충북경찰의 서열 2위 자리에 앉혔다는 것에 충북 경찰 모두 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를 두고 충북청 경찰관들이 뿔이 난 또 다른 이유는 3개월짜리 땜질식 인사이기 때문이다.

경북 출신의 A 경무관은 주로 대구청과 경북청에서 근무하다가 2014년 경무관으로 승진했다. 연내 치안감을 달지 못하면 계급 정년에 걸려 12월말 퇴직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A 경무관이 근무하는 기간은 3개월에 불과하다.

만일 검찰이 이 기간 안에 A 경무관에 대해 기소를 할 경우 경찰은 그를 직위를 해제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그보다도 더 짧은 기간을 근무하게 된다. 이 짧은 기간 A 경무관은 충북 경찰의 근무성적 평정도 하게 된다.

한 경찰관은 “검찰이 기소해 직위해제 되거나, 승진이 안 돼 올 연말 퇴직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충북경찰만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것 아니냐”며 “그것도 그렇지만 지역 사정도 모르고, 범죄혐의까지 받는 자가 당장 다음 달 충북 경찰의 근무성적평정의 칼자루를 쥐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탄식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어쩔 수 없는 인사였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인사부서의 한 경찰관은 “아직 검찰 기소가 됐거나 혐의가 입증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직위해제 등의 조치를 할 수 없는 상태”라며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A 경무관을 수사관련 부서가 아닌 1부장 자리로 옮겨야 했는데, 공석이 충북청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충북경찰청의 한 경찰관은 “이미 많은 시간 인사에 대해 고민을 한 듯 한데 추석연휴가 시작되기 바로 전날 인사를 냈다”라며 “이것은 충북청 내부에서 반발이 있을 것을 예상하고 낸 ‘도둑인사’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안그래도 충북청은 찬밥신세인데 이번 인사로 우리의 사기는 더욱 떨어졌다”라며 “정말 해도 너무하다”고 원망했다.

지난달 29일 발령받은 A 경무관은 곧바로 휴가를 내 오는 6일 첫 출근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