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로 입원 치료를 받다가 5일(현지시간) 퇴원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복귀 직후 트위터에 올린 영상 메시지에서 몸 상태가 이전보다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최고의 의료기구, 모두 최근에 개발된 최고의 의약품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아직 완치가 된 것은 아니지만, 활동을 할 수 있을만큼 상태가 나아진 것은 맞는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연 어떤 치료제를 썼기에 이 정도로 나아진 것일까.
◇세가지 치료제 병합요법 치료
외신들이 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쓰인 치료제는 항바이러스제인 렘데시비르, 염증 치료제인 덱사메타손, 리제네론사의 항체 치료제 등 세가지다.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리제네론사의 항체치료제 REGN-COV2다. 이 약물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중화시키는 항체 두 가지를 섞은 것이다. 각 항체는 서로 다른 두 부위를 표적으로 삼는다. 경증 코로나 환자가 중환자로 악화하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가지 항체를 섞어 ‘칵테일 요법’이라 부른다. 칵테일 요법은 에이즈를 치료할 때도 쓰는 방식으로 여러 약을 섞여 투여하는 방식이다.
REGN-COV2은 현재 3차 임상시험 중인 약물이라 아직 일반 환자게 쓸 수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정적 사용’으로 이 약물을 투여받았다. 레너드 슐라이퍼 리제네론 최고경영자(CEO)는 5일 CNBC와 인터뷰에서 “숀 콘리 대통령 주치의로부터 ‘동정적 사용’을 위한 요청을 받아 약품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동정적 사용(Compassionate Use)’은 마땅히 치료제가 없는 중증 환자에게 인도주의 차원에서 미승인 약물을 투여할 수 있게 허용하는 제도다. 국내에서는 셀트리온이 비슷한 방식의 항체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올 연말까지 임상시험을 마무리하고 내년 초 항체치료제를 내놓는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램데시비르는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가 에볼라 치료를 위해 개발한 약물인데, 임상시험에서 코로나19 확진자의 입원기간을 단축시키는 것으로 확인돼 미국 FDA에서 코로나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우리나라도 지난 5월 렘데시비르의 특례 수입을 결정해 산소치료가 필요한 중증환자에게 사용하고 있다.
◇데카메타손 투약은 과잉 논란
덱사메타손은 스테로이드 성분의 염증 치료제다. 새로 나온 약이 아니라 이미 있던 약인데, 지난 6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시험한 결과 코로나19 중환자의 사망률을 낮추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 약은 인공호흡기나 산소 공급이 필요할 정도로 중증 환자에게 사용하는 것이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용한 것은 과잉 투약 아니냐는 논란이 있다. WHO(세계보건기구)도 ‘중태이거나 심각한’ 코로나19 환자에게만 이 치료제를 투여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효과가 없거나 심지어 해로울 수도 있다고 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경증에서 덱사메타손을 쓰면 오히려 면역력을 떨어뜨려 병을 악화시킬 수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약을 투약했다는 보도를 보고 의아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주치의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아연, 비타민 D, 속쓰림 치료제인 파모티딘, 멜라토닌, 일일 아스피린을 복용했다”고 밝혔다. 김우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처럼 일시적으로라도 산소 투입이 필요한 정도였다면 폐렴이 있다는 얘기이고 그럴 경우 보통 2주는 입원하는 것이 상례”라며 “트럼프가 백악관으로 복귀해서도 병원에 있는 것에 준하는 치료를 계속 받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최고 감염병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도 5일(현지시간) 조기 퇴원한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상태가 꽤 좋아보였다면서도 며칠 내에 다시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