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와 강력 사건 범죄자로 지목된 사람의 신상을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해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던 ‘디지털 교도소’ 1기 운영자가 6일 국내로 송환됐다. 지난달 22일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붙잡힌지 14일만이다.

베트남에서 붙잡힌 디지털 교도소 1기 운영자 A씨가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강제 송환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청은 이날 오전 6시23분쯤 디지털 교도소를 운영하며 개인 정보를 무단 게시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피의자 A씨를 국내로 송환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3월부터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와 소셜 미디어 등에 성범죄자로 지목된 100여 명의 성명과 전화번호 등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등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적색수배가 발부된 상태였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8월말 인터폴에 공조를 요청한 경찰은 A씨가 베트남에 거주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베트남 경찰의 도움을 받아 지난달 22일 오후 호찌민시에 있는 거주지로 귀가하는 A씨를 검거했다. 국내 송환은 현지 검거 이후 14일만에 이뤄졌다. A씨는 작년 2월 한국에서 캄보디아로 출국했으며, 같은 해 5월 베트남으로 이동했다. 그러다 올 3월부터 디지털 교도소를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교도소는 살인과 성범죄 등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에 대한 무분별한 신상 폭로로 ‘사적(私的) 응징’ 논란을 불렀다. 이곳에 신상이 올라온 사람 중 일부는 경찰 조사에서도 혐의가 없는 것으로 확인돼 ‘억울한 피해자’를 만든다는 논란도 일었다. 지난달 3일엔 서울 소재 명문대 재학생 A(20)씨가 디지털 교도소에 성범죄자로 지목돼 억울함을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또 한 대학교수는 이 사이트에서 ‘성 착취물 구매를 시도한 인물’로 공개됐으나, 경찰 조사 결과 관련 혐의가 없었다.

디지털 교도소는 지난달 8일 운영진이 사이트를 자진 폐쇄했지만, ‘2기 운영자’라고 밝힌 인물이 사흘 만에 사이트를 재개했다. 지난달말 기준 성범죄 사건 용의자·피고인 등 90여 명의 신상 정보가 올라와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검거된 A씨는 최초 운영자로 추정되며, ‘2기 운영자’와 공범 관계인지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