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군대 예능 프로그램 ‘가짜사나이’에 나와 큰 인기를 끈 이근(36) 예비역 대위는 13일 성추행으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 전력에 대해 “처벌은 받은 적 있지만, 명백히 어떠한 추행도 하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본지가 입수한 이 대위의 성추행 사건 1·2심 판결문을 보면 이 대위는 2년 전 서울 강남의 한 클럽에서 20대 여성을 성추행한 상황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이근 해군특수전전단(UDT/SEAL) 출신 예비역 대위가 모델로 나온 롯데리아 광고의 한 장면. 롯데리아는 이근 성추행 전력이 논란이 되자 그가 출연한 광고 영상을 정리했다./유튜브

이 대위는 “오직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이 단 하나의 증거가 돼 판결이 이루어졌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과 증인 진술 등을 근거로 “피해자의 진술이 허위라고 의심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을 찾을 수 없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 오른쪽 엉덩이 움켜잡자 이근에 “뭐하는 짓이냐” 항의

판결문을 보면 이 대위는 2017년 11월 26일 오전 1시 53분 서울 강남구의 한 클럽 지하 2층 물품보관소 앞 복도에서 당시 24세이던 여성 피해자의 엉덩이를 움켜쥔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18년 11월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을 40시간 이수해야 한다는 명령도 내려졌다.

'가짜 사나이' 시즌1에 등장해 "너 인성 문제 있어?"라는 유행어를 남기며 인기를 끈 이근 대위(오른쪽). /유튜브 캡처

피해자 측은 1심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이근)은 당시 현장에서 반대 방향으로 걷고 있던 피해자와 우연히 마주쳤는데, 이근이 피해자 왼쪽 옆으로 지나가면서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의 허리에서부터 타고 내려와 피해자의 오른쪽 엉덩이를 움켜잡았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는) 그 상태에서 곧바로 이근의 손을 낚아챈 다음 이근에게 ‘뭐 하는 짓이냐’고 따져 물었다”고 했다.

이 대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가 됐지만, 1심 재판부는 신상정보 공개·고지에 대해서는 면제 처분을 했다.

◇ 법원 “피해자 진술 구체적이고 자연스럽다”

이 대위는 이날 입장문에서 “당시 피해자 여성의 일관된 진술이 증거로 인정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판결문에 나온 증인 1인은 그 여성의 남자친구이며 당시 직접 목격은 하지 못했지만 여성분의 반응을 통해 미루어 짐작했다고 증언했다”고 했다. 이어 “당시 CCTV 3대가 있었으며 제가 추행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나왔다. 물리적으로 (성추행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며 “그런데 오직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이 단 하나의 증거가 됐다”고 했다. 이 대위는 재판 과정에서 2명 이상의 통역인을 지정해 재판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심 재판 과정에서는 피해 여성의 일관된 진술 외에도 ‘증인 2명의 법정 진술’ ‘CCTV 영상 CD’ 등이 증거 요지로 제시됐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허위라고 의심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을 찾을 수 없는 점, 피고인으로부터 행을 당하게 된 경위 및 당시의 정황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 내용이 구체적이고 자연스러우며 해당 사실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적시하기 어려운 부분인 세부적인 정황까지도 언급하고 있고, 다른 증거들과도 모순되지 않는다”며 판시했다.

이근 예비역 대위의 성추행 사건 1심 진행 기록 일부. /대법원

이 대위는 2018년 11월 22일 1심에서 성추행 유죄 판결을 내린 직후 항소장을 제출했다. “해당 공소사실과 같은 범행을 한 바 없으며, 추행의 고의도 없었다”며 “설령 유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원심의 형(벌금 200만원)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였다. 그는 2019년 2월 항소심 재판부에 98페이지 분량의 항소이유서를 제출했고, 5개월 뒤에도 변호인을 통해 117페이지쪽의 항소이유서를 적어낸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도 “2015년 8월 벌금 전과 외에는 별다른 처벌 전력이 없지만 범행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아니한 점과 피해자의 용서를 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근 측은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유튜버 김용호의 ‘이근 성추행’ 폭로 하루 만에 사실로 확인

앞서 연예기자 출신 유튜버 김용호씨는 지난 11일 유튜브를 통해 “이 대위가 UN 근무 경력이 없는데 UN 근무 경력을 거짓말하고 다닌다”고 폭로했다. 이 대위는 이런 사실을 반박하며 이튿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허위 사실 유포 고소합니다”고 썼다. 그러면서 자신의 UN여권을 인증하는 사진을 올렸다. 그러자 김씨는 “여권 사진 하나 공개하면 순진한 대중은 속일수 있다고 생각했겠죠?”라며 “UN직원이 확실하다고 언론과 인터뷰도 했다면서요? 제가 어디까지 취재했는줄 알고 또 이렇게 성급하게 승부를 거는 것이냐”라고 반박했다.

김씨는 이와 함께 이 대위의 성추행 사건 기록 사진을 게재하면서 성범죄 의혹을 폭로했다. 그는 “일단 충격적인 자료 하나 보여드린다”라며 “이근의 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입니다. 상고 기각 결정이 났으니 이미 이근은 전과자”라고 했다. 이어 “이근 인스타그램 열심히 하던데 이 사건도 한 번 해명해보라”며 “저에게 제보한 피해자가 한 두 명인 것 같나”라고 했다.

13일 이 대위가 성추행 유죄 판결을 받 사실을 인정하면서 김씨의 주장은 사실로 확인됐다.

이 대위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법의 판단을 따라야 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내 스스로의 양심에 비추어 더없이 억울한 심정이며 인정할 수 없고 아쉽고 끔찍하다”며 “이미 짜여진 프레임을 바탕으로한 증거수집과 일방적 의견을 마치 그저 사실인 것처럼 아니면 말고식으로 폭로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교묘함 속에 진실은 너무나 쉽게 가려지고 다치고 고통받는다”라고 했다.

/김용호 유튜브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