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최근 소설가 조정래씨와 주고 받았던 ‘친일파 발언 논쟁’과 관련해, 조씨가 사과를 요구하자 15일 이를 거부하며 “자신을 신성불가침의 존재로 여기는 이 권위의식이 매우 불편하다”고 말했다.

앞서 조씨는 12일 기자간담회에서 “토착왜구라 부르는, 일본에 유학을 갔다 오면 무조건 다 친일파가 되어버린다. 민족 반역자가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 전 교수가 “이 정도면 ‘광기’”라고 비판하자 조씨는 “아주 경박하게 무례와 불경을 저지르고 있다”며 “사과하지 않으면 명예훼손을 시킨 법적 책임을 분명히 물을 것”이라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 9월 2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최인아 책방에서 열린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김연정 객원기자

진 전 교수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한 가지 당혹스러운 것은 자신을 ‘대선배’라 칭하고 '사회적 지위를 내세우며 ‘무례와 불경’을 말한다는 것”이라며 “자신을 신성불가침의 존재로 여기는 이 권위의식이 저를 매우 불편하게 한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법에 호소하는 것은 그의 권리이니 존중해 드린다”며 “저는 이 진흙탕에 빠지지 않고, 이 문제를 역사철학에 관한 학문적 논쟁으로 승화하는 길을 택하겠다. 독일에서 있었던 ‘역사학자 논쟁’(Historikerstreit)이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했다.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등단 50주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조정래 작가가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TV조선

◇ 진중권 “감정이 격해져 못할 소리를 했다고 하면 될 일”

진 전 교수는 조씨가 ‘일부 언론이 왜곡 보도해서 논란이 생긴 것’이라는 취지의 해명에 대해서도 거듭 반박했다.

조씨는 당시 “토착왜구라고 부르는, 일본에 유학을 갔다 오면 무조건 다 친일파가 되어버립니다. 민족 반역자가 됩니다”이라고 했다. 이 발언을 두고 언론들이 “일본에 유학을 갔다 오면 무조건 다 친일파가 된다”고 보도하자 조씨는 “나는 토착왜구라고 불리는 주어를 분명히 넣었다”며 그는 조선일보를 포함한 언론들이 자신의 발언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진 전 교수는 “조정래씨는 이 문장의 주어가 ‘토착왜구’인데 언론에서 이를 빼버렸다고 해명하는데 과연 그럴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우선 “(1) 토착왜구라고 부르는 자들은 일본에 유학을 갔다 오면 무조건 다 친일파가 됩니다. 민족반역자가 됩니다”라고 해석하는 예를 들며 "이상하죠? 이 경우 의미론적 충돌이 일어난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새벽에 올린 글에서도 (1)번 해석에 대해 “일본에 가기 전에 이미 토착왜구인데 어떻게 일본에 유학 갔다 와서 다시 친일파가 되나”라며 “이게 말이 되려면, 친일파가 일본에 건너가면서 애국자로 거듭났다가 거기서 다시 친일파가 되어 돌아와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2) 일본에 유학을 갔다 오면 무조건 다 토착왜구라 부르는 친일파가 됩니다. 민족반역자가 됩니다”라는 해석을 들며 "(이 해석이) 통사론적으로나 의미론적으로 매끄럽다”고 했다.

그는 또한 “(조정래씨가) ‘토착왜구’가 ‘반일종족주의의 저자들’을 가리킨다고 해명하는데, 이 역시 이상하다”며 “단죄해야 할 친일파의 수가 무려 150만, 160만에 달한다고 했다. 무슨 책을 150만, 160만명이 공동 저술을 하느냐”고 했다.


진 전 교수는 “고로 문제의 발언은 (1)이 아니라 (2)로 해석하는 게 자연스럽다”며 “당시 조중동만이 아니라 진보매체와 정부에서 운영하는 매체들까지 다 (2)로 해석해 보도했다. 그냥 감정이 격해져 못할 소리를 했다고 하면 될 일을”이라고 했다.

◇조정래 “대선배인 작가에 ‘광기’… 무례와 불경”

조씨는 전날 ‘나는 꼼수다’ 출신 방송인 주진우씨가 진행하는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진 전 교수의 비판에 대해 “이게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진중권씨는 자기도 대학 교수를 하고 한 사람이면 엄연히 사실 확인을 분명히 했어야 한다. 저한테 전화 한 통화도 없이 아주 경박하게 두 가지의 무례와 불경을 저지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작가를 향해서 광기라고 말을 한다. 저는 그 사람한테 대선배”라며 “인간적으로도 그렇고 작가라는 사회적 지위로도 그렇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대통령의 딸까지 끌어다가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나”라고 했다.

조씨는 “그래서 진중권씨에게 이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정식으로 사과하기를 요구한다”며 “만약에 사과하지 않으면 명예훼손을 시킨 법적 책임을 분명히 물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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