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가 실시간 생방송에서 군대 예능 프로그램 ‘가짜사나이’ 출연진으로 추정되는 ‘몸캠 피싱’ 사진을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사진 속 인물이 방송에 나가는 걸 동의하지 않았다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유튜버 정배우

유튜버 ‘정배우’는 지난 14일 유튜브 채널 ‘정배우 : 사건사고이슈’ 실시간 생방송을 진행했다. ‘로건 사건에 대한 토론. 대깨건(머리가 깨져도 로건) 다 들어오세요’라는 제목이었다. 이 방송엔 1000명이 넘는 시청자가 몰렸다. 로건(본명 김준영)은 가짜사나이에 출연하는 교관이다.

정배우는 이날 방송에서 돌연 한 남성이 나체인 상태로 찍혀 있는 몸캠 피싱 사진을 공개했다. 남성의 얼굴 전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고 상하의가 벗겨져 있는 모습이었다. 중요 부위는 검게 모자이크 돼 있었다.

정배우는 “로건 교관이 과거 몸캠 피싱을 당해 촬영한 사진”이라며 “해당 사진을 공개하기 전 변호사와 상의했는데 (변호사가) ‘이미 인터넷에 유출돼 있던 사진이라 (생방송에서 공개해도) 상관이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사진 속 남성이 로건이 맞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방송 중 일부 시청자가 “몸캠 피싱 피해자의 성 착취 영상을 유포했다”고 지적하자 정배우는 “(이들은) 일반인이 아니라 공인이자 연예인이다” “엄격한 도덕성이 싫으면 그런 잘못을 안 하면 되지 않나” “고소는 언제나 환영”이라고 했다.

유튜버 정배우는 14일 실시간 생방송에서 '가짜사나이' 출연진 로건의 몸캠 피해 사진으로 추정되는 촬영물을 공개했다. /유튜브

그러나 법조계에선 정배우가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법인 소헌 천정아 변호사는 “불법 촬영된 영상물이 맞고 동의 없이 유포한 것이라면 당연히 처벌이 가능하다”며 “문제의 사진 속 인물이 해당 사진을 촬영할 당시에 동의했었다고 하더라도, 유포 시 동의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의사에 반해 유포하는 경우는 처벌이 된다”고 했다.

‘이미 인터넷에 공개된 사진이라 괜찮다’는 정배우 주장이 틀렸다는 지적도 있다.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에서 활동했던 법무법인 해명 오선희 변호사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주장"이라며 "n번방 사건 같은 경우에도 이미 소셜미디어 등에 유출된 것을 공유했더라도 처벌이 됐었다. 남성이건 여성이건 성적 수치심을 느낄 만한 사진을 동의 없이 공개한 것은 처벌이 가능하다”고 했다. 또 “정배우가 공개한 몸캠 사진 속 인물이 로건이 아니라고 해도, 해당 인물 동의 없이 공개한 것이므로 범죄는 성립한다”고도 했다.

해당 사진이 합성되거나 조작된 사진이어도 처벌이 가능하다. 법무법인 한중 서병준 변호사는 “올해 6월 25일부터 시행되는 성폭력처벌법 14조 2항에 따라, 허위 또는 합성 편집한 촬영물을 당사자 의사에 반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든 자나, 이를 반포한 자는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했다. 이 법 조항은 각종 소셜미디어에서 허위로 지인의 얼굴을 합성하거나 연예인의 얼굴을 합성해 성인물을 제작하는 이른바 ‘딥페이크’ 영상의 피해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자 이를 법적으로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는 기계장치 등으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하거나, 영리를 목적으로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하는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다. 이런 촬영물이나 복제물을 소지·저장·시청한 자에 대해서도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