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신종 코로나 백신을 개발 중인 국내 제약사는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SK바이오사이언스 등 3개사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이중 SK바이오사이언스를 방문해 “반드시 끝을 보자”며 코로나 백신·치료제 개발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여기에 한인 과학자가 이끄는 미국 바이오기업 이노비오가 지난 6월 국내 최초로 허가를 받아 코로나 백신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백신 플랫폼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이노비오는 모두 DNA 방식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대한 유전 정보를 담은 합성 DNA를 주사해 몸안에서 항체 형성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3상 막바지 단계인 모더나와 화이자는 비슷한 유전자 백신이지만 유전정보 전달 물질인 메신저RNA(mRNA)를 주입하는 mRNA 방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항원(스파이크 단백질)을 합성해 투여하는 합성항원 방식으로 1상을 신청했다.

◇3상 중인 업체들은 넉달만에 1상 논문까지

지금 3상 중인 글로벌 백신 개발사들은 대체로 1상 착수 후 두세달 후에 중간결과를, 넉달 후에 성공했다는 논문을 냈다. 모더나는 3월16일 1상을 시작해 두달 후인 5월 18일 항체를 형성했다는 중간결과를 발표했고 7월 14일 1상 결과를 논문으로 내놓았다. 화이자는 4월 1상을 시작해 7월 중간 결과를 내고 8월 1상 논문을 발표했다. 1상은 수십명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 관련 백신 개발업체들은 넉달이 지났지만 이렇다할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국내 제약사 중 백신 개발에 가장 앞서 있는 제넥신은 지난 6월11일 식약처의 1상 허가를 받고 그달 19일 사람에게 후보물질을 첫 투여했다고 밝혔다. 원래 9월 중 1상을 마무리하고 2a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1상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 12일 코로나 백신 후보물질 ‘GX-19’가 쥐와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전임상 시험에서 감염 방어 효과를 냈다는 논문을 냈다. 제넥신 관계자는 18일 “원래 40명을 대상으로 했는데, 무바늘 주사방식으로 20명을 시험에 추가하면서 늦어지는 것”이라며 4분기 중 1상 결과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제넥신의 DNA 백신 GX-19 임상시약. /연합뉴스

이노비오는 4월 미국에서 첫 임상시험을 착수하고, 지난 6월 국내 최초로 허가를 받아 서울대병원 등에서 1상을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성공 여부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노비오는 지난달말 미 식품의약국(FDA)의 질의를 받고 미국에서 백신의 임상 시험을 보류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노비오의 임상시험이 적어도 10월까지는 재개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8월 백신 전문가와 투자자들이 이노비오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으며, 이노비오 내부자들은 주가가 고공행진을 할 때 적지 않은 주식을 팔아치웠다고 전했다.

◇국내 개발사들 넉달 지나도 감감무소식

제넥신, 이노비오 백신 플랫폼은 DNA 백신 방식이다. 진원생명과학이 DNA 백신 방식으로 전임상을 진행 중이다. DNA방식을 플랫폼으로 한 회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DNA 방식으로 출시에 성공한 백신도 없다. 전 세계적으로 3상에 진입한 11개 코로나 백신 후보물질 가운데서도 DNA방식은 없다.

백신 개발의 가장 어려운 점은 독성인데 DNA 백신은 안전성이 높은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백신의 효율성에 의문부호가 붙어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DNA 방식 백신은 빨리 만들 수 있고 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는 장점이 있지만 백신이 세포 내로 들어가는 효율이 낮아 과학자들이 계속 의구심을 갖고 있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 20년 이상 DNA 방식의 백신을 개발하려고 했지만 동물실험에서만 효능을 입증했을 뿐 인체 대상으로는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국제백신연구소(IVI)는 2015년 삼성생명공익재단 지원을 받아 이노비오 등과 함께 메르스 백신을 DNA방식으로 개발하고 있으나 2상에 머물러 있다. 김 교수는 “DNA방식은 안전성이 높아 식약처가 개발 착수에 관대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선호하지만 과학계에는 DNA방식에 대한 의문부호가 붙어 있다”며 “DNA 방식 백신이 가능한지는 결국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