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국 전 서울시 비서관 페이스북 캡처


여비서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생전에 비서실 직원들에 대해 지켜야 할 행동 수칙을 적어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가 공개됐다.

민경국 전 서울시 인사기획비서관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원순 시장님의 메모”라며 사진을 올렸다. 사진은 종이에 쓰여진 메모로 ‘비서실 직원들에 대한 반성과 행동’이란 제목이 붙어 있다. 메모는 총 10개의 수칙으로 구성돼 있다.

수칙 중엔 ‘(비서실 직원들은) 나의 도구가 아니라 주체이며 각자의 성장을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본인의 발전을 위해 도와줄 일이 없는지 확인하고 실제로 돕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가끔 불러서 고민과 걱정이 없는지 물어본다'’이름을 정확히 외우고 자주 불러준다'는 대목도 있다.

이외에 ‘말은 훨씬 따뜻하게 그리고 존중하는 말투를 견지한다'’평등하고 대등한 태도를 유지한다''스스로 창조적이고 혁신적으로 일할 수 있게 분위기와 구조를 만든다'는 내용도 있다.

민 전 비서관은 사진과 같이 올린 글에서 “메모(memo)는 기억이다. 존재 여부를 넘어 선”이라고 썼다. 이 글에는 “진실이 빨리 밝혀지길” “좋은 말씀이네. 나도 배워야겠다” “원순씨를 비난하는 그 누구도 직원들에게 그처럼 대하지 못합니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반면 이를 접한 다른 네티즌들은 “메모의 수칙과 정반대로 행동했다” “언행불일치” “메모는 저렇게 써 놓고, 행동은 그렇게 했으니 위선 그 자체”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민 전 비서관은 지난달 22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나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 피해자 A씨에 대해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A씨의) 성추행 호소를 들은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피해자 A씨는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지 100일 째였던 지난 15일 입장문을 내고 “갈수록 잔인해지는 2차 피해의 환경 속에서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하는 막막함을 느끼며 절망하다가도 저를 위해 모아 주시는 마음 덕분에 힘을 내고 있다”고 했다.

A씨는 또 “특히 그(2차 가해의) 진원지가 가까웠던 사람들이라는 사실에 뼈저리게 몸서리치며 열병을 앓기도 했다”며 “가깝고 믿었던 사람이 잘못을 했을 때, 그리고 그 상대편이 절대적 약자일 때 우리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을 가진 건강하고 정의로운 사회이기를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