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6·7월에 이어 19일 세번째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자 검찰 안팎에선 “지극히 예외적으로 사용할 권한을 일상적으로 발동해 검찰 제도의 본질을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검찰청법은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인 사건 수사에 대해서는 검찰총장을 통해서만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정권의 개입을 막고 검찰 업무의 독립성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장관이 검찰총장을 상습적으로 수사 라인에서 배제해 사실상 정권 입맛에 맞는 수사를 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게 법조계 인사들의 대체적 평가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을 부여하고 임기(2년)를 보장하는 것은 정부와 여당에 치우칠 수밖에 없는 법무부 장관을 견제하라는 취지”라며 “수사지휘권의 잦은 사용은 준사법기관인 검찰을 제멋대로 부리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 부장검사는 “라임 옵티머스 사건이 여당 발목을 잡게 되자 범죄자 말 한마디를 빌미로 국면을 뒤집으려는 것이다.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한 평검사는 “범죄 혐의자의 단순 의혹 제기 한 마디에 법무부 장관이 총장 지휘권을 바로 박탈하는 게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지 의문"이라며 “검찰총장 말은 못 믿고 범죄자 말은 신뢰가 간다는 건가. 법무부 장관이 그야말로 막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 탓에 청와대의 수사지휘권 발동 요청을 법무부 장관이 거부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02년 송정호 장관은 김대중 대통령 아들을 불구속 수사하도록 지휘권을 발동하라는 청와대 요청을 거절했다. 한 전직 검사장은 “수사지휘권 조항은 본래 독일에서 나치의 만행 같은 인권문제 등을 선출직 장관들이 중단시키라는 의미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그러나 원조인 독일에서도 발동된 적이 없고 우리나라 관련법도 가급적 쓰지 말라는 뜻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라임 관련 수사가 여권을 겨누기 시작하자 수사지휘권 발동까지 이어졌다”며 “사실상 정권과 여권을 향한 수사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파렴치하다”이라고 했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의 가족과 측근에 대해서도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데 대해선 윤 총장에 대한 망신 주기, 표적 수사라는 비판도 나왔다. 총장 일가 수사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담당하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추 장관 취임 후 네 차례 인사로 서울중앙지검에서 어떤 수사 결과가 나올지는 자명한 일”이라며 “현 정권의 거의 유일한 눈엣가시인 윤 총장을 끌어내리겠다는 뜻”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