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무 7조’ 상소문을 올렸던 진인(塵人) 조은산이 20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 정책, 대북 정책, 검찰 개혁 등을 조목조목 풍자하는 글을 올렸다.
조은산은 이날 블로그에 ‘한양백서’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백성들은 정의(正義)를 ‘시시때때로 변하는 우리들만의 것’이라 정의(定義)하고 있다”며 정부·여당을 비판했다.
◇새 임대차보호법은 “토사물 3법”
조은산은 세입자들을 오히려 ‘불의의 피해자’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임대차보호법을 ‘토사물 3법’이라고 칭했다. 조은산은 “배출구를 잃은 인간의 욕구가 똥 덩어리가 되어 수면 위를 덮었지만, 조정 대신들은 똥물 위에 토사물을 덮어 악취를 상쇄하자는 ‘토사물 3법’을 발의했다”고 했다.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막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조은산은 “그해 좌인(더불어민주당)은 우인(야당)을 압도했고 기가 뻗친 조정 대신들이 발의한 사상 초유의 법안에 시류에 정통한 논객들이 앞다퉈 성문에 벽서를 붙여 댔다”고 했다. 그 결과 “백성들은 똥물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고약함과 역겨움을 ‘본디 그러한 것이다’ 정도의 내면적 합의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조은산은 ‘전세 난민’ 처지가 된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빗대 “토사물 3법을 입안했던 호조판서가 가장 먼저 토사물에 갇혀 허우적댔는데 백성들은 이를 두고 자승자박이라며 조롱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가을에 이르러, 천정부지로 치솟던 한양의 집값은 결국 신고가를 갱신하고 말았다”며 “똥물이 닿지 않는 고지대에 거처를 마련했던 어용 대신들과 더불어 지지자들은 큰 시세 차익을 거뒀다”고 했다. 반면 “똥물에 젖은 세간살이를 내버릴 처지의 백성은 독주를 털어 넣고 술기운에 잠이 들었다”고 했다.
◇"왕이 북병(北病)에 걸렸소"
조은산은 지난 10일 북한의 대규모 열병식과 관련해 “조정의 대신들은 신무기의 공포보다 적국 왕(김정은)의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이라는 언사에 극심히 감격했고, ‘과연 계몽 군주로다!’ ‘종전선언만이 답이올시다!’ 라며 입에서 침을 튀기고 무릎을 쳐대며 외쳤다”고 했다.
이어 “격심한 그들은 왕명을 받아 조정의 입장문을 작성했는데, 밤낮으로 머리를 맞대고 승정원에 모여 앉아 논의한 끝에 결국 ‘유감을 표명한다’ ‘자제를 촉구한다’ ‘엄중히 경고한다’는 문구 대신 ‘주목한다’라는 표현으로 그 끝을 장식했다”고 했다. 청와대는 당시 “환경이 조성되는 대로 남북관계를 복원하자는 북한의 입장에 주목한다”고 했었다. 조은산은 이에 대해 “대신들은 ‘참으로 아름다운 중의적 표현이니 이는 모두 그대들의 공이오’라며 술잔을 기울여 서로 필봉을 추켜세웠다”고 했다.
조은산은 왕이 역병에 걸렸다는 소문을 내 의금부에 끌려간 한 서생을 등장시키며 “왕은 역병이 아닌 북병(北病)에 걸렸소. 백성이 불에 타 죽어도 北, 적국이 도발해도 北, 신무기를 개발해도 北이니 과연 북병이 아니고 무엇이겠소”라고 그의 변론을 소개했다.
조은산은 현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고 풍자하기도 했다. 소문을 퍼뜨린 이 서생은 결국 투옥됐는데 그의 옆자리에는 ‘왕은 공산주의자다’라고 말해 명예훼손 혐의로 갇힌 백발의 노인이 있었다. 백발노인은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고 전 이사장은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발언으로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가 지난 8월 2심이 유죄 판단을 내렸다.
◇"형조판서는 관아 곳곳에 제 심복 배치"
조은산은 “사물은 제 형태와 본질을 수시로 바꿨고 위정자들은 그를 좇아 가면을 뒤집어썼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의는 이 땅에 살아 숨 쉼이 버거웠는지 잠시 숨을 골랐는데, 그 사이 조정 전체를 손아귀에 넣은 형조판서(법무장관)는 관아 곳곳에 제 심복을 깔아 배치했고 관아 명판에 ‘공정과 정의’를 깊이 새겨 안도했다”고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그동안 법무부는 정의롭고 공정한 대한민국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에 따라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고 국민편익과 인권보호 중심의 검찰개혁에 매진하여 왔다”고 했었다.
조은산은 “똥물에 갇힌 백성들은 정의(正義)를 ‘시시때때로 변하는 우리들만의 것’이라 정의(定義)했고, 똥물을 뒤집어쓴 자와 똥물을 피한 자가 한데 뒤섞여 아우성쳤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