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맞은 접종자가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질병관리청이 “21일까지 보고된 사망 사례는 9건”이라고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1일 오후 2시 기준 사망사례 9건이 보고됐다”며 “이중 8건에 대해 부검이 진행 중”이라고 했다. 정 청장은 이날 오후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에서 진행한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업 관련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예방접종 후 사망자는 인천, 전북, 대전, 대구, 제주, 서울, 경기에서 1명씩 나왔고, 나머지 2명은 유가족의 요청에 따라 거주지역 및 접종 후 사망까지 시간 등 세부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
21일 확인된 사망 사례는 제주, 대구, 경기 등에서 발생했다. 이날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전 9시쯤 제주시 한 병원에서 인플루엔자 무료로 접종한 A(69)씨가 이날 오전 1시10분쯤 사망했다. 제주지역에서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 후 사망한 첫 사례이다.
제주도 보건당국은 A씨는 국가 무료예방 접종 대상자로, A씨가 평소 고혈압 등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점에서 사망과 백신 접종의 연관성이 있는지 규명하기 위한 역학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대구에서도 전날 독감 백신을 접종한 78세 남성이 사망했다. 백신 접종과 사망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대구에서 사망한 남성은 국가 무료예방 접종 대상자로, 지난 20일 대구 소재 민간 의료기관에서 독감백신을 접종했고 이날 밤 상급병원으로 이송된 뒤 21일 0시 5분쯤 사망했다.
사망한 이 남성이 접종한 백신은 ㈜엘지화학의 ‘플로플러스테트라프리필드시린지주’이며, 유통경로에서 상온 노출이 의심된 제품이 아니고 백색 입자가 검출된 제품도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경기도에서도 접종 후 사망자가 나왔다. 고양시에서 접종을 받은 89세 남성으로, 19일 오전 10시 40분쯤 접종을 받은 뒤 21일 오후 2시 사망했다. 이 사망자는 당뇨, 고혈압 등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질병청에 따르면 전날인 20일에도 서울에서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사망자는 53세 여성으로, 17일 낮 12시에 접종을 받은 뒤 20일 오후 3시에 숨졌다. 이 여성은 유료접종 대상자였으며 SK바이오스카이셀플루 4가를 맞았다.
앞서 인천의 18세 고등학생이 독감 백신 접종 이틀 만인 16일 사망한 데 이어, 전북 고창의 78세 여성과 대전의 83세 남성 등 세 명이 백신 접종 이후 사망했다. 78세 여성은 19일 오전 9시쯤 전북 고창군 상하면 동네 의원에서 독감 백신을 맞은 뒤 이튿날 오전 7시쯤 숨진채 발견됐다. 대전 83세 남성은 20일 오전 10시쯤 백신을 맞고 같은 날 오후 3시쯤 숨졌다. 유족들에 따르면, 이 남성은 10년 전에 대장암과 위암 수술을 받은 적이 있지만 최근에는 특별한 질환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 당국은 사망자 세 명은 모두 상온에 노출됐거나 백색 입자가 발견돼 회수된 백신을 접종한 경우는 아니라고 밝혔다. 이들의 사망이 백신 접종 때문이었는지는 일주일쯤 걸리는 보건 당국 부검을 거쳐 밝혀질 전망이다.
이날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무료접종에 대한 독감 백신에 대한 여러 가지 국민들의 우려에 대해서 저희들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엄중하게 이 사실을 지켜보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그간 일부 유통과정에서의 부적절한 문제가 발생했단 점, 그리고 백색입자가 나타난 이러한 사례 등을 통해서 상당한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다만 최근 인천과 전북 등지에서 연이어 나오고 있는 독감 백신 접종 직후 사망 사례와 관련해서는 “명확하게 그 사망의 원인을 밝히는 것이 전제가 돼야 된다”며 “현재로서는 질병청을 중심으로 해서 이러한 사망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 등의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서 단정적으로 어떻게 말씀을 드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여러 가지 추가적인 조사나 또 분석을 통해서 국민 여러분들께서 보다 안심하고 예방접종을 받으실 수 있도록 백신접종을 받으실 수 있도록 관련된 정보를 철저하게 조사해서 최대한 신속하게 알려드리는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