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등을 정면 비판하는 작심 발언을 쏟아내자, 일선 검사들 사이에선 “속 시원하다” “응원한다”는 말들이 나왔다. 청와대와 법무부가 네 차례 인사로 현 정권을 수사한 검사들을 모조리 좌천시키고, 세 차례 법무장관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윤 총장의 권한을 박탈한 과정에서 응축된 검사들의 불만이 국감 이후 ‘검찰총장 지지’ 형태로 분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자정을 넘긴 23일 새벽 국정감사를 마친 뒤 국회의사당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일선 검사들은 23일 새벽 1시까지 이어진 국감을 대부분 지켜봤다고 한다. 팀원들과 함께 시청한 경우도 많았다. 한 검사는 국감 후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윤 총장을 향해 “도끼로 찍히고 저격을 당하시더라도 외풍을 막아주는 든든한 버팀목의 책무를 완수해주시기 바란다”며 “버팀목이 원래 식물”이라고 적었다. “사람의 그릇의 크기는 고통과 핍박의 순간 가늠이 되는 것 같다” “병든 가슴을 뛰게 해주신 총장님, 진심으로 응원한다”는 등의 글도 이어졌다. 수도권 지검의 한 검사는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총장님이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은 위법 여지를 내포하고 검찰 독립성을 해치는 지휘라는 데 상당수가 공감한 것 같다”고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친정부 검사들을 겨냥하는 듯한 발언도 이어졌다. 한 검사는 “주인에게 꼬리 살랑거리며 아부하는 강아지보다, 차라리 황금 들판을 외롭게 조용히 지키고 서 있는 허수아비가 더 멋있다”고 했다. 지방의 한 검사장은 “정치인 장관은 정치적 중립성이나 공정성에 근본적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며 “수사권 지휘 발동은 이런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부장검사 출신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번 국감은) 영화 글래디에이터를 보는 것 같았다”며 “백절불굴의 장군을 묶어놓고 애송이들이 모욕하고 온갖 공작을 동원하지만 결국은 실력 차를 넘지 못하는”이라고 썼다.

일각에선 윤 총장이 추 장관은 물론 청와대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을 두고, 검찰이 더 정치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검사장은 “윤 총장이 여권을 향해 필요 이상으로 날을 세워 검찰을 둘러싼 풍랑은 더 거세질 것 같다”며 “총장이 국감에서 정치 출마를 고려하는 뉘앙스를 풍긴 것도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