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8년 동안 연세대·고려대·이화여대 등 7개 대학에서 민주화운동 관련자의 자녀 자격으로 합격한 인원이 119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교육계에서는 이들을 특별 전형 대상으로 포함할 필요성 등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국가 보훈대상자·기초생활수급자·장애인 등은 대학 입시 기본사항으로 특별 전형 대상으로 규정돼 있지만, 민주화운동 관련자는 대학이 자체적으로 특별 전형 대상으로 포함한 경우다. 전교조 해직 교사들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는 등 대상 범위가 넓고, 이들의 자녀가 대학 수시 모집의 기회균형·사회기여자 전형에서 어떤 기준으로 합격했는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깜깜이 전형’ ‘불공정한 제도’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교조 해직자도 민주화운동 관련자 인정
교육부는 27일 민주화운동 관련자 선발에 대해 “대학이 정원 범위 내에서 다양한 자격 기준을 설정해 운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이 자체 기준에 따라 민주화운동 관련자를 특별 전형에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앞서 연세대도 “민주화운동 관련자만을 위한 정원을 따로 배정하고 있지 않고, 다문화 가정 자녀과 장애인 부모 자녀 등도 지원해 이들 가운데 선발하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사람의 자녀에게 입학 특혜를 주겠다고 정원을 따로 배정해놓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화운동 관련자 자녀에게 기회균형·사회기여자 전형의 지원 자격을 주면, 국가 보훈대상자나 기초생활수급자 자녀 등은 그만큼 합격의 문이 좁아지는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지원하려면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에서 받은 민주화운동 관련자 증서를 내면 된다. 여기서 말하는 민주화운동은 ’1964년 3월 24일 이후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하여 헌법이 지향하는 이념 및 가치의 실현과 민주헌정질서의 확립에 기여한 활동'으로 광범위해 전교조 해직자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아 증서를 받았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민주화운동 관련자 대부분이 이른바 586세대여서 이들의 자녀가 대학 입시에서 혜택을 볼 가능성이 크다”며 “이들이 지원하는 기회균형 전형이 블랙박스처럼 깜깜이라 그들만의 리그와 다름없다”고 했다.
◇해당 대학들 “민주화 특혜 아니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16~2020년)간 연세대는 의예과 1명, 치의예과 1명 등 총 30명이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지원해 합격했고, 이화여대는 경제학과·경영학부 등 10개 학과·학부에서 2013~2020년에 21명이 합격했다. 연세대의 경우 수능 점수와 무관하게 선발해 특혜 논란도 일었다. 이 대학들이 민주화운동 관련자를 정원 내 특별 전형 대상으로 포함한 때는 이명박 정부 때다. 2012학년도 민주화운동 관련자 특별 전형을 도입할 당시 연세대는 “5·18도 결국 민주화운동인데 다른 민주화운동 참여자는 우대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했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민주화운동 관련자가 포함된 사회기여자 전형은 다른 전형과 동일한 평가 기준을 적용하고,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두고 있어서 특혜 전형이 아니다”라고 했다.
◇학부모들 “합격자 기준, 부모 명단 밝혀야”
교육계에서는 대학이 제출을 거부한 경우까지 합하면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합격한 대학생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학부모 카페 등에서는 “저 가운데 민주화운동을 제대로 한 사람의 자녀는 드물 것” “대학 입시가 민주화운동과 무슨 상관이 있나” 등의 반응이 나왔다. 대학생들 커뮤니티에는 “운동권 경력이 벼슬이냐” “우리 아빠는 젊었을 때 민주화운동 안 하고 뭐 했나” 등 논박이 벌어졌다.
시민단체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는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이 제대로 된 유공자인지 밝힐 필요가 있다”며 민주화운동 전형 합격자 기준과 그 부모의 명단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박소영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대표는 “취약 계층을 위한 사회 배려 전형이 이른바 민주화 세력의 자기 자녀 챙기기 등 특혜 통로로 이용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민주화운동 관련자 특별 전형은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