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 A) 어디서 사?” “A는 처음 알았네. 죽고 싶어지면 저거 사야겠다.”

27일 독감 백신 접종 후 이틀 만에 숨진 인천의 고교생 B(17)군의 사인이 화학물질인 'A 과다 복용’으로 밝혀졌다는 보건 당국과 경찰의 발표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다. 경찰이 ‘B군의 사망은 독감 백신 접종과는 무관하다’고 밝히며 B군의 죽음을 부른 독성 물질의 이름을 공개하자, 정부가 ‘백신 공포’를 진정시키기 위해 모방 자살을 부를 수도 있는 정보를 함부로 공개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2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B군의 위에서 치사량이 넘는 A가 나왔다”며 “B군이 숨지기 전 이 화학물질을 구매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B군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전해졌다. A는 햄·소시지 등에 소량 첨가해 가공육의 선홍빛을 유지해주는 화학물질인데, 다량 섭취하면 호흡곤란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28일 포털 사이트에서 ‘A’를 검색하니, ‘A 구매’ ‘A 자살’ ‘A 치사량’ 등이 자동 완성 검색어로 떴다. 온라인 커뮤니티 글에는 A의 구입처를 묻는 댓글이 달렸다. 이에는 다시 “인터넷에 A의 다른 표현인 ‘A나트륨’으로 검색해보라”는 글이 달리기도 했다.

경찰 측은 이날 “독극물 명칭은 유족 측 국민청원을 통해서 처음 공개됐다"며 “경찰은 청원 이후 사건의 사실관계를 확인해줬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책임 있는 국가기관이 구체적 자살 방법을 밝히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유명인이 자살했을 때 다른 사람들도 그 영향을 받아 모방하는 ‘베르테르 효과’를 고려하면,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되는 사망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것도 사람들을 동요하게 한다”고 말했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B군 또래의 청소년들에게 이번 경찰의 발표가 특히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