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자신을 공개 비판한 일선 검사를 마치 ‘적폐’ 취급하며 “커밍아웃했다”고 한 발언을 두고 인권 단체들이 “인권감수성이 떨어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페이스북 캡처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지난 30일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페이스북에 글을 쓴 후 ‘나도 커밍아웃하겠다’는 검사들의 글이 이프로스에 올라오고 관련된 보도들도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모두 커밍아웃이 가진 본래의 뜻과 어긋날뿐더러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만들어온 용어의 역사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커밍아웃’이라는 말은 성소수자가 여러 가지 불이익을 감수하고 자신의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 등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1년 인권보도준칙을 제정하고 커밍아웃이라는 표현을 “범죄사실을 고백하는 표현 등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커밍아웃이라는 말을 범죄 등 부정적 면모를 드러낸다는 뜻으로 쓸 경우 본래의 의미를 왜곡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낙인을 강화할 수 있으므로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지난 30일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

지난 29일 추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자신을 공개 비판한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에 대한 기사를 공유하며 “좋습니다. 이렇게 커밍아웃해주시면 개혁만이 답입니다”라고 했다. 이환우 검사를 ‘개혁 대상’으로 지목하며 “커밍아웃했다”고 표현한 것이다. 그간 여당은 검찰을 ‘적폐’로 규정하며 개혁 대상으로 꼽아왔다.

인권 단체 활동가들은 ‘적폐’가 그 실체를 드러냈다는 뜻으로 커밍아웃이란 말을 사용한 건 법무부 장관으로서 적절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한 활동가는 “'커밍아웃'을 본래의 뜻에서 벗어난 방식으로 사용하지 말아 달라는 건 오래전부터 해왔던 얘기"라면서도 “추미애 장관과 검찰이 벌이는 정치적 공방과 무관하게 잘못된 용어를 사용한 것은 맞는다”고 했다.

정의당도 목소리를 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1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차별과 관련해 누구보다 인권 의식이 높아야 할 법무부장관, 일선 검사들이 ‘커밍아웃’이라는 용어를 이렇게 오남용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했다. 앞서 지난 30일 낸 브리핑에서도 정 대변인은 “추 장관과 검찰은 더 높은 인권 감수성을 지녀야 할 위치에 있으며 용어 선택에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제아무리 올바른 주장을 할지라도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한다면 그 주장의 설득력은 반감될 뿐”이라고 했다.